폐가전 처리 "3색 공방전"

폐가전 처리를 둘러싼 정부 및 업계간 갈등이 지속되면서 앞으로 이 문제가 어떻게 처리될 것인가에 가전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폐가전 처리 폐지를 주장하는 업계와 이같은 업계의 의견을 반영해 산업자원부가 산업적 측면을 강조한 새로운 법안의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데 반해 주관부서인 환경부는 오히려 생산자의 책임을 강화한 통합재활용시스템이라는 새로운 내용을 담은 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어 결과를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환경부가 추진하고 있는 통합재활용시스템에 대한 내용이 지난 3월말 공청회를 통해 알려지자 가전업계는 폐가전문제가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켜서는 안된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그동안 업계는 TV와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가전제품에 대해 ㎏당 38원씩 부과되는 예치금이 자금부담을 초래하면서도 실질적으로 폐가전 회수처리에 기여하지 못했다며 폐기물예치금제도 폐지를 강력히 주장해왔다.

실제 지난 92년부터 시행된 가전제품의 폐기물예치금은 지난해말까지 3백78억5천3백만원에 달했으며 업계에 되돌려준 것은 17억4천4백만원에 불과했다. 또 해마다 업계 부담도 늘어 지난 한해동안 업계가 부담한 예치금만 1백43억원으로 전체 예치금의 40%에 달했으며 올해에는 1백6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폐기물예치금을 폐지하고 이미 납부한 예치금을 환급해주며 소비자와 지방자치단체 등에도 재활용비용을 부담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산업자원부도 업계의 이같은 의견을 받아들여 폐기물예치금을 올해 7월 1일부터 폐지하는 대신 가전업체가 수거된 폐가전제품의 재자원화 시설을 직접 마련, 운영토록 의무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가전제품 재자원화 촉진을 위한 특별조치법(안)」을 제정, 입법 예고한 바 있다.

그러나 폐기물 관련 주관부서인 환경부가 법 개정을 위해 용역으로 수행중인 연구내용은 오히려 생산자에게 포괄적으로 책임을 묻는 포괄적 생산자 책임원칙(EPR)에 의한 「통합재활용체계」를 도입하고 이를 위해 「생산자책임기구(PRO)」를 설립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폐기물처리에 관한 모든 책임을 생산자에게 넘기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이며 특히 폐기물 관련 현행 법안에 대한 여러 문제점들에 대한 원인분석 등이 철저히 이루어진 후 해결방안이 제시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PRO 신설만이 해결책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문제』라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또한 『폐가전을 일반 폐기물에 포함할 경우 가전업체가 낸 예치금이 폐가전과는 상관없는 부문에 투자됨으로써 투자자수익원칙에도 위반되며 폐기물을 통합관리하기보다는 폐가전을 분리해 가전업계 스스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환경부 연구용역을 맡고 있는 박준우 상명대 교수는 『생산자에게 폐기물에 대한 포괄적 책임을 묻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라며 『현행 제도가 생산자들의 자체활용노력을 지원하고 유인하는 효과가 미흡한 상황에서 예치금 및 재활용비용을 이중으로 부담하는 생산자에게 예치금만 내도록 하고 폐가전 회수 및 처리에 대해서는 PRO가 맡도록 할 경우 결과적으로 업계 부담도 크게 줄어들 뿐 아니라 폐가전 처리효과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 교수는 그러나 폐가전 처리 부담금을 전적으로 업계가 책임질 수밖에 없어 앞으로 업계의 주장을 충분히 수렴, 연구결과에 반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환경부가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폐기물관련 법안은 오는 6월 연구결과가 종료되는 대로 연말 입법 예고를 거쳐 2000년부터 시행한다는 계획 아래 추진되고 있어 이 과정에서 정부와 업계, 또 환경부와 산업자원부 등 정부 부처간 치열한 공방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