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업계, 조직슬림화 박차

그동안 내부적으로만 진행돼왔던 전자업계의 조직슬림화작업이 점차 표면화되고 있다.

명예퇴직이나 희망퇴직 등 단순한 인원축소 뿐만 아니라 사업부 조직 자체를 분리해 별도법인으로 독립시키거나 그룹 계열사 및 협력기업에 이관하는 등 대대적인 조직 슬림화작업이 일고 있다.

전자업계들의 이같은 몸집줄이기작업은 빅딜 및 한계사업에서의 철수 등이 사실상 대내외적으로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그 강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전자업계의 조직 및 인력감축 방법으로 최근 가장 눈에 띄게 드러나고 있는 것이 사내조직을 별도의 독립법인화 하는 방안을 꼽을 수 있다. 올 초 대우전자가 서비스부문을 대우전자서비스라는 이름으로 독립시킨데 이어 삼성전자도 사내 물류관련 부서들을 통합해 토러스라는 별도의 법인으로 독립시켰다.

삼성전자역시 지난해 한계사업으로 지목돼 매각을 추진했던 오디오사업부를 빠르면 오는 5월 토로스와 같은 형태로 독립시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으며 최근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는 현대전자도 PC사업 및 오디오사업을 종업원 지주형태로 설립하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밖에 LG전자도 급변하는 유통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국내영업본부와 서비스부문도 독립시키는 방안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분사와 함께 그룹계열사 및 협력업체로 조직 및 인력을 이관하는 것도 전자업계가 몸집을 줄이는데 즐겨 쓰는 방법 중의 하나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한계사업인 소형가전사업에 대해 이미 1백% 지분을 출자해 설립한 한일가전으로 조직과 인력을 이관시킨 바 있으며 LG전자도 올 초 조직개편을 통해 캠코더사업부의 해체 등 사업부조직의 통폐합과 함께 산업용모터 및 펌프사업부의 유관 그룹계열사로의 이관, 협력업체로 조직과 인력의 일부를 넘기는 등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처럼 사내 조직을 별도법인으로 독립시키는 이른바 분사(分社)와 그룹계열사 및 협력업체로 조직 및 인력을 이관시키는게 최근 새로운 구조조정의 대안이 되고 있는 것은 유관부서의 통폐합으로 업무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게 업체들이 내새우는 이유이지만 조직축소에 따라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대량해고를 일시적이나마 피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게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는 3월 한달동안 희망퇴직제를 실시해 1천여명의 인력을 줄였으며 토로스의 설립으로 3백70여명의 인력을 정리했다. LG전자 또한 사업부 이관 등으로 3월말 현재 8백여명의 인력을 줄였다고 밝혔으며 대우전자도 국내영업부서의 한신유통으로의 이관 및 대우전자서비스의 설립으로 1천8백여명의 본사 인원을 줄이는 효과를 거뒀다.

결국 IMF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전자업계의 구조조정은 조직 및 인력의 축소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정리해고가 법제화 되기 이전까지는 분사와 그룹계열사 및 협력업체로의 조직 및 인력의 이관이 구조조정의 커다란 흐름으로 정착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게 업계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양승욱 기자>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