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PCB 토털 공급체제 구축 가시화

「인쇄회로기판(PCB) 제국」을 꿈꾸고 있는 LG그룹의 원대한 구상이 서서히 그 모습을드러내고 있다.

지난 73년 LG전자가 「전자산업의 쌀」로 지칭되고 있는 PCB 사업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PCB 사업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한 LG그룹은 이후 LG화학, LG금속 등을 통해 PCB소재 사업에 잇따라 참여, 이제는 핵심 소재에서 완제품에 이르는 PCB토털 공급체제를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게 됐다.

세계 PCB시장에서 이처럼 핵심 소재에서 완제품에 이르기까지 수직 계열화를 이룬 기업은 LG그룹이 처음이다.

올해로 PCB 사업 25년째를 맞고 있는 LG전자의 경우 가전용에서 산업용에 이르는 종합 PCB 공급체제를 확보해 국내 1위, 세계 10위안에 드는 PCB업체로 성장했다. LG전자의 PCB 사업이 이처럼 성공을 거둔 데는 LG전자의 각종 전자 완제품 사업이 지속적인 성장세를 구가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PCB 사업에서 성공을 거둔 LG그룹은 내친김에 PCB의 원자재인 원판과 동박사업에까지 진출하는 의욕을 보였다. 물론 이 과정에서 중소기업의 반발 등 갖가지 우여곡절을 겪었다. 기존업체의 견제속에 PCB 원판사업에 참여한 바 있는 LG화학은 지난해 말부터 청주 PCB 원판(일명 CCL) 공장을 본격 가동해 현재 연간 80만장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있다. LG화학은 올 하반기에는 이보다 4배 정도 늘어난 2백40만장의 생산능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아래 설비 확충을 서두르고 있다. 이는 계열사인 LG전자를 비롯한 PCB업체로부터의 주문이 본격적으로 밀려들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LG화학은 원판의 가격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의 일환으로 원판 소재로 사용되는 유리섬유 생산에도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LG화학은 이미 미국 오헨스코닝과 합작으로 유리섬유실(일명 얀)의 생산에 나서는가 하면 유리섬유실의 직조 사업 및 이를 기판으로 가공하는라미네이팅용 수지 사업에 참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LG금속도 LG그룹의 PCB 사업 수직 계열화에 있어 빠질 수 없는 하나의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수십년간 동제련 사업에서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PCB의 기초 핵심 소재인 동박사업에 본격 진출한 LG금속은 현재 건설을 추진중인 정읍 공장은 올해 하반기경 완공, 이르면 10월경부터 동박류를 생산할 계획이다. LG금속은 우선 정읍 공장에서 연간 3천톤 정도의 동박류를 생산하고 LG화학을 비롯한 국내외 원판업체와 협의를 거쳐 생산능력을 배가한다는 복안을 수립해 놓고 있다. 그러나 동박 사업은 생산 능력만 갖추고 있다 해서 사업이 되는 것이 아니라 PCB원판업체, PCB업체, 전자제품업체 등 후방 협력업체의 적극적인 지원 및 제품 질에 대한 승인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LG금속의 원판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어쨌든 LG금속, LG화학, LG전자에 이르는 LG그룹의 PCB사업 수직 계열화 구상은 올 연말경 그 기반 구축 사업을 마무리하고 전세계 PCB시장 공략을 위한 출사표로 가다듬어지고 있다.

<이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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