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삐업계, 무선호출 "영역다툼" 본격화

통신서비스의 영역파괴가 가속화되면서 인접시장을 둘러싼 서비스업계간 다툼이 이번엔 이동전화 무선호출분야로 옮겨 붙었다. 그동안 휴대폰과 개인휴대통신(PCS), 혹은 이동전화와 주파수공용통신(TRS) 등 주로 「골리앗」들의 싸움이 급기야 「개미군단」인 삐삐업계에까지 가세하게 된 것이다.

특히 여타 분야의 격전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공동 마케팅까지 펼치면서 「우의(?)」를 과시하던 이동전화와 삐삐업계의 첫 격돌이란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12개 015무선호출사업자(한무협) 대표들은 최근 긴급 임시 대표자회의를 열고 이동전화사업자의 무선호출영역 침해에 적극 대처키로 합의했다. 이동통신사업자들이 부당광고 및 번호호출서비스를 즉각 중지하고 만약 이를 시행치 않을 경우 통신위와 공정위에의 제소도 추진하겠다는 것이 이들의 합의내용이다.

무선호출사업자들이 이처럼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이동전화사업자들이 무선호출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이후 이동전화사업자들의 가입자 유치 및 서비스 활성화 움직임이 거세지면서 기존 삐삐고객들을 겨냥한 마케팅도 치열해져 무선호출업체로서도 더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지난 연말까지 상승세를 보였던 무선호출가입자수도 신규가입자보다 해지자가 많아져 지난 1, Mbps분기 동안 무려 1백만명 가까운 감소세를 보여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현재 이동전화사업자 중 무선호출과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곳은 「016 알림번호 연락서비스」를 제공중인 한통프리텔을 비롯, 이동전화 5사. 모두가 기존 무선호출서비스와 거의 차별성이 없는 번호호출서비스 및 음성사서함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하지만 이동전화사업자들도 이같은 무선호출사업자들의 요구를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기술적으로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할 뿐 영역침해 의도는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게다가 음성사서함 서비스의 경우 가입자 유치뿐 아니라 메시지를 남길 때와 확인할 때 모두 이동전화 요금 부과가 가능, 이동전화사업자측에서도 결코 놓칠 수 없는 시장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015무선호출사업자들은 향후 012 무선호출사업자와 공동으로 연대, 법률적 자문을 거쳐 정부에 공식적으로 건의해 이의 시정을 요구할 방침이다. 거대 자본과의 장기전이 예상되는만큼 신중을 기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주목된다.

<김윤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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