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자루를 쥔 대우통신의 협조만 바랄 뿐이다」.
지난해부터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최근 대우통신 기종으로 최종 낙착된 차세대 교환기 「TDX-100」 표준제품을 둘러싸고 교환기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물론 「협조를 바란다」는 것은 대우통신을 제외한 삼성전자, LG정보통신 등 여타 교환기업계의 주장이다. 하지만 표현만 「협조」이지 사실은 「처분만 바란다」는 차원으로 해석해야 한다. 그동안 국내 교환기시장을 양분해온 삼성과 LG로서는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지만 졸지에 역전된 역학관계상 어쩔 수 없는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초첨은 과연 대우통신이 자사 기종의 규격을 경쟁사에 공개하고 일부 기능에 대한 기술이전을 단행할 것인가에 모아져 있다. 교환기업계에는 이 부분에 「사활적 이해」가 걸려 있다.
한국통신은 내년부터 향후 5년간 약 1조원이 넘는 TDX-100 교환기를 구매할 예정이다. 유일하게 시험에 통과한 제품이 대우통신 기종이라는 점에서 별다른 돌발변수가 없다면 이 시장은 대우통신이 루슨트테크놀로지와 함께 양분하게 된다.
한국통신의 구매일정은 개발조달과 후속조달로 나뉘어 있다. 시험에 합격한 제품을 개발조달로 우선 사들이고 후속조달은 적어도 1년 이상이 경과한 후 입찰을 실시한다. 말이 1년이지 아예 배제할 수도 있다.
이 경우 국내업체로는 대우통신이 유일하고 외국기업은 루슨트테크놀로지의 「5ESS-2000」이 참여하게 된다. 루슨트는 한미 통상협상에서 자동차 대신 국내진출을 보장 받은 이후 세계 최고 수준의 교환기를 내수시장에 진출시키고 있다. 이미 시장점유율 3위에 올랐다고 평가 받는다. 루슨트는 TDX-100에 해당하는 「5ESS-2000」을 들여온다. 이 제품은 이미 중국시장을 석권, 국내업계에는 커다란 위협 요소이다. 루슨트는 개발조달에 해당한다고 한다.
이 때문에 대우를 제외한 교환기업체들은 다급할 수밖에 없다. 당초에는 한국통신측에서 조정해주길 바랐지만 한국통신은 「업계가 알아서 협의하라」는 방침을 밝혀 한발 뺐다. 공이 업계로 넘어온 것이다. 업계는 이를 한국통신이 1개 업체로 제한했던 개발조달 문호를 국내업체에 모두 열어준다는 의사로 해석하고 대우에 기술이전을 독촉하고 있다.
교환기업계는 궁극적으로 대우통신이 규격 공개와 기술이전을 수용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협상에 최선을 다하겠지만 잘 알될 경우에 대비, 은근히 압박전술도 구사한다. 한 업체는 『이번 시험결과로 대우통신은 자존심과 직원 사기를 높였다. 기술개발에 쏟은 정성과 노력도 인정한다. 그런만큼 이젠 업계 공생을 생각할 때이다. 대우가 기술이전에 동의할 것으로 믿지만 거부한다면 2차 시험에 대한 기술적 하자를 공식적으로 제기할 수도 있다. 이 경우 피차 피곤한 싸움』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대우통신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표준기종으로만 확정됐을 뿐 보완개발 및 상용화 테스트 등 앞으로 할 일이 태산인데 기술이전문제에 신경쓸 겨를이 없다』는 것이 대우의 설명이다. 대우통신은 또 『당분간은 단독 시험통과의 기득권을 인정받아야 하며 설혹 향후 기술이전 문제가 논의되더라도 대우통신이 확고한 주도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이래저래 당분간은 TDX-100을 둘러싼 교환기업계의 티격태격이 계속될 전망이다.
<이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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