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시보(placebo) 효과」라는 것이 있다. 간단히 말해서 가짜 약으로 치료가 되는 것. 환자에게 약을 주면 상태가 좋아지는데, 실제로는 아무런 치료 효과가 없는 젖당이나 식염수, 우유, 탄수화물 등의 「가짜약」을 주는 경우이다.
이것은 물론 심리적 효과이다. 그러나 단순한 흥미 차원을 넘어 의학이나 약학에서는 꽤 비중있는 연구가 행해지고 있다. 예컨대, 병이란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이 상당하다는 말이다.
플라시보 효과는 매우 광범위한 증상들의 해소에 나타난다. 진통, 최면, 각성, 진정, 진해, 식욕의 억제나 증진, 가려움 억제, 성욕의 억제나 증진, 항알레르기, 혈액변화, 소변량 변화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효과가 보고되고 있다.
또 상태가 더 악화되는 이른바 마이너스 플라시보 효과라는 것도 있다. 즉 약이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졸음이 온다던가 두통이 생기는 것 등. 조금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환자들 중에는 병이 쉬 낫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마이너스 플라시보 효과도 심리적인 현상, 즉 병은 마음에서 온다는 것을 거듭 확인시켜 주고 있다.
플라시보 효과는 환자가 아니더라도 일상생활에서 쉽게 경험하는 일이다. 예를 들어 운동경기에 열중했을 때에는 찰과상이나 타박상을 입어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나중에 보니까 찢어져서 피가 말라붙어 있거나 큼직하게 멍이 들었더라는 식으로.
그리고 교통사고나 화재처럼 위급한 사건, 사고시에도 이와 유사한 경험을 한다. 반대로 꾀병 증상이 진짜로 느껴지는 것 또한 마이너스 플라시보 효과이다. 이 모든 것은 자기 암시에 따른 심리적 발병인 것이다.
앞의 예에서도, 만일 시합에서 졌다면 이긴 경우보다 나중에 느끼는 통증이 더 크게 된다. 또 플라시보 효과가 지속중인 가짜약의 투여를 중단하면 다시 상태가 악화되기도 한다. 그리고 약사나 의사, 간호사가 환자에게 치료에 대한 강한 확신을 주면서 (또는 환자를 정성껏 잘 돌보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약을 쓰면 상승작용이 일어나 기대 이상의 효과를 보는 수도 있다.
플라시보 효과는 환자뿐 아니라 치료하는 의사나 약사에게 작용하기도 한다. 잘 알려진 약을 쓰고는 지레 효과가 있겠거니 하고 단정하는 경우이다.
환자도 천차만별이라서 참을성이 있는 사람도 있고 자신의 증상을 과장해서 말하는 사람도 있다. 거기에 더해서 의사가 약의 효과에 대해 강한 확신을 가지고 있거나 반대로 반신반의 하면서 투약하는 경우 실제의 치료 효과가 정확하게 포착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더 골치아픈 것은 「가짜 플라시보 효과」이다.
흔히 약의 효과는 세 가지로 나뉘어진다. 첫째는 순수한 플라시보, 즉 해당 질병이나 증상의 치료와는 전혀 상관이 없지만 심리적인 치료 효과를 보는 경우이다. 두번째는 진짜 약인 경우. 글자 그대로 「약효」가 분명히 있는 약들이다.
세번째는 이른바 「가짜 플라시보 효과」를 내는 약들. 이 약들은 자체적으로 약리작용을 가진 것이 분명하며, 해당 증세나 질환에도 치료 효과가 아주 없지는 않아 보이는 것들이다. 그러나 용법이나 용량 등이 불분명하고 명확한 투약 요령이 밝혀지지 않은 약제들이다. 실제 효과를 보기엔 충분치 못한 양을 쓴다거나 또는 과다하게 사용하는 경우 등이다. 대개 비타민, 미네랄, 강장제, 영양제, 약용식물 등인 경우가 많다.
의약계에서 가장 난감한 문제가 바로 이 가짜 플라시보 약들이라고 한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약제들 중에는 이런 가짜 플라시보 효과를 가진 것들이 적지않은 편이다.
<박상준(과학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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