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직배사들의 프로테이프시장 점유율이 40%대에 육박하는등 IMF사태 이후 이들의 시장지배력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이같은 추세라면 내년 프로테이프시장은 비디오직배사에 의해 방향타가 정해지는 등 메이저사들에 의해 좌우될 것이 우려되고 있다.
컬럼비아트라이스타, 20세기 폭스, 워너브라더스, CIC, 브에나비스타등 5대 비디오직배사들의작년 국내 시장 점유율은 33%선. 그러나 올 1.4분기에는 무려 8% 포인트가 오른 41%를 기록했다. 특히 컬럼비아트라이스타의 시장점유율은 작년 1.4분기(10%)보다 무려 13%포인트 증가한 23%를 기록,협력업체인 (주)대우와 갈등속에서도 고성장을 거듭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같은 현상은 「비디오메이저사들의 작품은 우위에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1.4분기 외화부문 판매량순위 10위권에 든 작품중 6편이 메이저사 작품이긴 하지만 이들이 공급한 제작품들이 이에 준한 수준작이라고는 할 수 없다. 이들이 국내에서 OEM방식으로 조달한 외화가 상당수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OEM작품들도 메이저사 작품처럼 잘 팔리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컬럼비아트라이스타는 물론 워너브라더스와 브에나비스타등은 승승장구했으며 특히 워너브라더스의 경우는 작년에 비해 무려 1백%에 가까운 성장률을 나타냈다.
따라서 이같은 추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국내 프로테이프 제작사들은 이들의 판매대행이나 들러리를 서는 조연역할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들이 충무로의 판권까지 넘보는등 국내에서의 로컬사업을 대대적으로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들의 움직임이 가시화될 경우 프로테이프산업은 사실상 이들에 의해 완전히 장악될 것이란 것은 불을 보듯 훤한 이치가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이들의 행보에 대한 대응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메이저사와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대기업들이 일정부분 역할을 맡아 주어야 하는데 그들의 지위에 눌려 제목소리는 커녕 그들의 눈치만 보고 있고, 메이저사의 점유율을 방어하기 위한 우리영화 제작계획도 IMF이후 쏙 들어가 있는 상황이다. 정부여당은 이에따라 빠른 시일내에 영화 제작기금을 조성,충무로에 약 1백억원의 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이같은 방침이 언제 가시화될 지는 의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메이저사들의 점유율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질 높은 우리영화를 많이 제작하는 한편 중급 규모의 영화판권을 많이 확보해야 하는데 이 마저도 여의치가 않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우리영화를 제작하고 싶어도 IMF시대에 「왜 소비문화에 자금을 낭비하느냐」는 국민들의 질책이 따갑다는 얘기다.
국내 프로테이프산업은 영상산업,특히 영화산업을 떠받쳐온 핵심산업이다. 영화제작비의 60∼70%가 프로테이프업계에서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이를 반증한다. 업계관계자들이 『프로테이프산업을 비디오직배사들이 장악하는 날 우리 영상산업은 그날로 할리우드 영화에 의해 지배된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고 단정적으로 말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이 초래되는 것을 방어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서둘러 마련돼야 한다는게 업계의 뜻있는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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