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음반시장에도 공동물류체제가 등장할 수 있을까.
음반 도매업체들의 잇따른 부도로 기존 유통체계가 무너지면서 음반출고 및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공동물류」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때보다 높다. 국내 음반유통량의 80∼90%를 소화해온 도매업체들이 위축됨에 따라 「공동물류-직거래」로 연결되는 시장타개책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실제 워너뮤직, EMI, BMG의 한국지사들은 3사간 공동물류시스템인 「WEB」을 한국에 적용하기 위해 활발하게 접촉중이다. WEB은 하나의 독자회사로 3사가 전세계에 음반을 직배하면서 해당 지역의 특성에 따라 구축하는 공동물류체계. 한국의 경우 3사의 영업인력을 자연스럽게 감축할 수 있는 데다, 유통단계를 줄여 가격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등 IMF형 음반물류시스템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같은 장점으로 소니뮤직코리아도 공동물류회사 설립에 대한 자본참여를 적극 검토하고 있는 등 WEB의 영향력이 커질 전망이다. 특히 한국에서는 BMG가 유니버셜뮤직의 음반을 판매대행하고 있기 때문에 총 5개 회사의 공동물류도 가능해 WEB의 시장영향력이 더욱 강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국적 음반소매업체인 타워레코드의 한 관계자는 『WEB이 실현될 경우 팝과 클래식부문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WEB과 연계하지 않고서는 「음반장사」를 할 수 없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WEB의 구현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WEB이 잘 정착, 운영되고 있는 말레이시아나 호주와 한국시장은 다르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이유다.
두 국가는 이미 음반 직거래가 정착되어 있었기 때문에 WEB의 도입이 용이했지만 한국의 경우는 음반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는 가요음반 물량이 아직까지 군소 음반 도매업체들에 의해 전량 소화되고 있는 등 「WEB=직거래」가 곧바로 이루어지기 힘들다는 것이다.
업계전문가들은 따라서 관련 음반직배사들이 「직거래」를 뒤로 미루고 WEB을 통한 「음반 출고 통일」작업을 먼저 시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WEB으로 인한 시장충격을 최소화해 직배사 공동물류에 대한 거부감을 완화시키기 위해 이같은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음반직배사 관계자들도 WEB 구축과 동시에 직거래를 고집할 경우 국내 공정거래법상의 「담합」을 피해가기가 힘들 것으로 보고 있어 이같은 추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원래 공동물류는 국내 음반유통업계가 전근대적인 음반유통질서를 개혁하기 위해 「이구동성」으로 내렸던 결론이었다.
이같은 필요에서 지난 90년대 초 도매업체들의 주도로 공동물류시스템 구축이 검토됐으나 『시장 헤게모니를 장악하기 위한 술수』라는 비난이 일면서 제작사와 소매상들이 반발했고 ,도매업체간 알력까지 증폭되면서 무산됐었다. 그러나 최근 정상적인 음반유통이 무너지고 음반직배사들의 공동물류회사 설립이 가시화하면서 「공동물류 및 직거래 구현의 필요성」이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WEB에 필적할 국내 음반사들의 공동물류회사가 탄생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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