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능은 개선되고 가격거품은 빠지고.」
네트워크 분야에서 양립할 수 없을 것 같은 이 구호가 기술의 진보와 소비자들의 실리추구 경향으로 최근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지난해말 불어닥친 국제통화기금(IMF) 한파로 여기저기서 거품이 빠지면서 이는 더욱 실현 가능한 소리로 들리고 있다.
네트워크업계는 올해 국내 네트워크시장이 예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한다. 지난해까지 성장일로를 걸었던 시장이 올해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혼미양상을 보이고 있다. 학교, 관공서, 군, 기간통신 등 공공프로젝트 시장만 소규모로 형성될 뿐 일반기업을 대상으로 한 시장은 거의 바닥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좁아진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경쟁이 격화될수록 매매하는 제품의 가격은 내려가고 성능, 서비스가 향상되는 경제법칙은 네트워크산업 분야에도 어김없이 적용되고 있다.
해외 네트워크장비 개발업체는 물론이고 국내 네트워크업체들도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더 좋은 성능의 제품을 더 싼 가격으로」 제공하기 위한 방법을 다각도로 모색중이다. 대부분의 업체들이 소비자 구미에 맞는 솔루션을 대폭 하향조정된 가격에 내놓기 시작했다. 자사의 강점을 살려 세분화된 타깃을 공략하는 것도 주요 전략이다.
전체적인 「떡」의 크기가 작아진 상황에서 떡 고물이라도 찾아 배를 채우기 위해 국내 업체는 틈새시장 찾기에도 적극적이다.
가격파괴 양상은 우선 최근 급부상한 소호(SOHO)시장을 비롯, 워크그룹용 장비 시장에서 두드러진다. 한국쓰리콤, 한국베이네트웍스, 인텔코리아 등 유력 네트워크업체들이 내놓고 있는 이더넷스위치의 경우 10Mbps급이 포트당 60∼70달러에 거래되고 있으며 1백Mbps급 고속이더넷 스위치는 그 두배 가격에 매매된다. 지난해에 비해 가격이 절반 가까이 떨어진 셈이다.
또 이들 업체는 개별적으로 판매하던 제품을 최근에는 엔드투엔드(end to end) 솔루션화해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기가비트이더넷, 비동기전송방식(ATM)네트워크에 사용되는 대형스위치와 허브, 워크그룹스위치 등 소형장비를 사용자의 구미에 맞게 패키지화해 공급하는 전술도 도입했다.
가격의 하락과 함께 기존 네트워크에 다양한 기능을 부여, 쓰임새를 대폭 늘려주는 신기술이 선보이는 것도 최근의 추세다. 대표적인 기술은 인터넷프로토콜(IP)망을 통한 음성, 데이터 통합전송(VoIP)으로 발표되자 마자 초미의 관심을 끌고 있다.
VoIP가 업계의 관심사로 대두된 것은 네트워크 관리자와 사용자 모두에게 비용절감 효과를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네트워크 관리자는 전화망, 데이터망을 따로 관리할 필요가 없고 사용자는 비싼 전화망을 통하지 않더라도 국제전화 등을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됐다. VoIP의 등장으로 네트워크서비스의 질은 더욱 향상되고 소비자는 한층 더 좋은 조건으로 이들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현재 네트워크업체는 물론이고 국내 시스템통합(SI)업체 및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들이 VoIP 기술 테스트를 마치고 실서비스 적용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별 활동현황을 보면 삼성전자, LG정보통신, 쌍용정보통신, 콤텍시스템, 한아시스템 등 국내 업체는 학교망이나 SOHO 시장에 집중하는 양상이다. 랜카드, 허브, 스위치, 소형라우터 등을 국산화한 이들 업체는 우선 가격이 외산에 비해 절반 이하인데다 성능차이도 별로 없어 소형장비 시장에서 승산이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국내 업체들의 이같은 판단에는 사용자들의 인식변화도 한몫을 담당했다. 과거 사용자들이 국산이라면 일단 고개부터 돌리던 모습에서 이제는 브랜드를 초월한 실리적인 소비성향으로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네트워크 구축 경험이 풍부한 국내 업체는 비싼 유지관리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쉽게 네트워크를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내놓고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기존에는 네트워크에 사소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운영자가 그 내용을 알 수 없어 장비공급업체에 의뢰하거나 상당한 비용을 감수하면서 무작정 장비를 교체하는 실정이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등장한 한글 기반의 국산 네트워크분석시스템은 일반 운영자도 쉽게 그 내용을 알 수 있어 상당한 호응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몇년간 기업, 단체들이 기술적인 검토를 거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최신장비를 도입하는 데 앞다퉈 나섰다 해서 전세계로부터 테스트베드(시험장소)라는 비아냥을 받기도 했던 국내 네트워크시장. 그러나 지난해말 IMF라는 엄청난 충격파는 모든 상황을 현실로 되돌려놓았다. 환경에 적합한 제품을 재정여건에 맞게 채택하는 분위기가 역력하게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한국종합전시장(KOEX)에서 7일부터 9일까지 사흘간 열리는 이번 「네트워크 포럼 98 봄」 행사는 이같은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정보통신부 주관, 전자신문사 주최, 한국통신외 14개 업체가 후원한 이번 행사에는 기가비트이더넷, ATM 관련 고속전송 솔루션과 SOHO용 네트워크 장비 및 그 구축사례가 대거 선보인다. 이와 함께 국내 실정에 맞는 국산 네트워크분석시스템과 컴퓨터통신통합(CTI) 기술의 최신 동향도 구체적인 사례 분석을 통해 소개될 예정이다.
이번 행사는 총 23개 세션으로 나뉘어 진행되며 각 세션에서는 ATM 기술동향, 인터넷 웹브라우저를 통한 네트워크분석도구, 정보통신망 고도화 방안, 비용 효율적인 ATM 원거리통신망(WANN) 솔루션, 그리고 CTI 기술의 최신동향 등이 발표된다.
행사 첫날인 7일에는 벤처기업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미국 유리시스템 김종훈 회장이 참석, ATM 기술동향에 대해 소개한다. 또 한국통신 네트워크사업부 임승욱 과장과 김여한 실장이 초고속통신망 구축 계획을 발표한다. 이 발표에서는 2000년까지 45Mbps급 프레임릴레이망을 87개 노드로, 2002년까지 ATM망을 1백3개 노드로 확충하는 계획을 설명하게 된다. 또 가입자망의 고도화를 위해 광케이블 2백80만 회선, 종합정보통신망(ISDN) 2백만 회선, 비대칭형디지털가입자망(ADSL) 1백60만 회선을 신설하는 계획도 소개된다.
이와 함께 인티의 이종일 이사는 효율적인 네트워크 관리를 위해 필요한 분석도구를 설명한다. 네트워크분석시스템은 전문지식 없이도 관리자가 쉽게 네트워크의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도록 자료와 보고서를 제공한다.
둘째날에는 정보통신망고도화 추진계획 및 제도개선방안에 대해 최명선 정보통신부 기획과장이 기조 연설을 한다. LG정보통신 이영천 책임연구원은 ATM과 기가비트이더넷의 실용성 및 그 동향에 대해 발표하고, ADC켄트록스코리아 류한철 부장이 저렴한 비용에 ATM 솔루션을 구축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소개한다.
또 SMC네트웍스코리아 채종기 지사장이 효율적인 SOHO 네트워크 구축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ADC켄트록스코리아 스티브 부장이 SOHO를 위한 가상사설망(VPN) 솔루션에 대해서 발표한다.
마지막날에는 CTI 기술의 최신동향과 사업전망에 대해 김희동 한국외국어대학교 정보통신공학과 교수가 기조 발표한다. 이어 오성정보통신 강호흔 이사가 통신사업자용 통합메시징시스템(UMS) 신기술을 소개하고 삼보정보통신 곽민식 팀장이 그 최신동향에 대해 설명한다. 또 삼보정보통신 고재량 팀장이 CTI 기반 콜센터 구축방안을 발표하고, 데이콤 김주일 과장이 개방형 교환기를 이용한 데이콤 콜센터 구축사례를 소개한다.
이번 제3회 네트워크 포럼은 극심한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 2회 행사보다 훨씬 다양하고 실속있는 솔루션과 기술이 소개돼 참가자들로서는 알찬 경험을 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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