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영향 "DIY 열풍" 확산

자신이 직접 PC를 조립하는 이른바 「컴퓨터 DIY」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메이커 PC에 비해 다소 저렴한 제품을 찾아 용산 등 조립시장을 찾던 소비자들이 이제는 직접 PC 조립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DIY란 「Do It Yourself」, 즉, 「스스로 한다」는 의미로, 남의 힘을 빌리지 않고 직접 일을 성취한다는 뜻이다. 이처럼 컴퓨터 DIY는 소비자 스스로 작업환경에 맞는 컴퓨터 사양을 결정하고 저렴하게 제품을 구매, 조립하고자 하는 욕구에서 출발한다.

DIY는 여러 가지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우선 완제품보다 비용이 저렴하다. PC 완제품에 비해 20만원에서 최대 50만원 정도의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예를 들어 2.1GB HDD를 장착한 MMX-1백66㎒ 사양의 메이커 제품을 구입하는 데는 1백50만원 정도가 들지만 DIY를 통해 해결할 경우 1백만원 남짓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통화기금(IMF)한파 이후 PC DIY가 더욱 인기를 끈 것은 이 때문이다.

조립이 쉽다는 것도 PC DIY의 큰 매력이 되고 있다. 중앙처리장치(CPU), 주기판, CD롬, 하드디스크드라이브, 모뎀, 키보드 등 12가지 정도의 주요 부품을 끼워 맞추면 자신에 맞는 PC를 쉽사리 완성할 수 있다. 최근 들어 조립이 편리한 각종 PC관련 부품들이 잇달아 출시되고 있는 점도 DIY 바람을 부채질하고 있다.

PC DIY는 소비자 교육 차원에서도 매우 유용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직접 조립하는 과정에서 소비자들이 PC와 친숙해질 수 있기 때문에 PC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자신이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우리나라의 컴퓨터교육이 소프트웨어 운용 위주로 돼 있다고 지적한다. 소비자들이 컴퓨터의 구조에 대해 모르기 때문에 PC 사용중에 발생한 문제가 아무리 사소하다 하더라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DIY를 통해 PC의 구조를 파악하고 있으면 PC에 대한 이해가 빠를 뿐 아니라 웬만한 문제는 원인을 알아내 직접 해결할 능력도 생긴다는 장점이 있다.

DIY는 업그레이드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현재의 기술발전 속도에 따르면 대개의 PC는 1~2년 지나면 일부 부품을 신형으로 교체해야 효율적인 사용이 가능하다. 주기판과 CPU 정도만 업그레이드하면 고성능 PC로 바꿀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많은 소비자들이 PC에 대해 잘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업그레이드 대신 새 제품을 사고 있다.

실제로 매년 1백만대 이상씩 버려지는 PC의 상당수는 업그레이드를 통해 재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PC구조를 잘 알고 있으면 업그레이드 비율도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하다.

이처럼 믿을 수 있는 제품을 구입해 조립할 경우 DIY는 소비자들에게는 상당히 유리한 측면이 많다.

DIY의 배경에는 물론 지난해 말부터 본격화한 IMF체제가 있다. IMF 이전부터 일부 전문적 이용자들이 필요에 따라 직접 부품을 구입, 조립해 왔다. DIY는 이같은 추세가 IMF를 맞아 일반 이용자들에게까지 확대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DIY의 인기는 관련 이벤트성 행사가 잇달아 열리는 데서 실감할 수 있다. 신문과 방송은 물론 PC통신 등에서 각종 DIY 행사들이 열리고 있다.

DIY 바람은 또 조립업체들의 본산인 용산에도 서서히 불고 있다. 소비자가 직접 조립하는 본체 이외의 프린터, 모니터 등 주변기기를 판매할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일부 업체들이 서서히 DIY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는 것이다.

한편 본격적으로 DIY코너를 개설한 유통점도 있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대형 판매점인 「티존 코리아」는 강남점에 DIY코너를 두고 더욱 저렴한 가격으로 PC를 구입하기를 희망하는 소비자들의 발길을 잡아끌고 있다.

개점과 동시에 DIY코너를 개설한 티존 강남점에서는 전문가의 지도를 받아가며 본인이 직접 PC를 조립, PC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매장 관계자는 『하루 평균 5건 정도의 DIY 의뢰가 들어온다』며, 특히 『가족 단위의 고객들이 많아지는 등 컴퓨터 저변이 연령에 관계없이 넓어짐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직접 PC를 조립해본 고객들의 경우 컴퓨터가 어렵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돌아가는 것만으로도 DIY는 해볼 만하다』고 덧붙이고 있다.

이와 함께 일부 대형 유통점들도 DIY코너의 상설화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DIY열기는 당분간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종로나 교보 등 대형서점 컴퓨터서적 코너에도 DIY와 관련한 서적들이 잇달아 선을 보이는 등 출판계도 DIY 열풍에 승차하고 있다. 가남사의 「동영상으로 배우는 PC조립」과 「PC조립 이렇게 한다」를 비롯해 혜지원의 「멀티미디어PC를 조립하자」 등 DIY 관련 서적이 잘 팔리고 있다는 것이 서점 관계자의 귀띔이다.

【허의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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