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학교 정보전산원의 사령탑을 맡고 있는 한병기 교수(기계공학과, 48)는 학교내에서 가장 많은 원성을 듣는 사람 중 하나다. 학교재단은 물론 선배교수들까지 한 교수 때문에 힘들어 죽겠다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들여다보기만 해도 골치 아픈 컴퓨터를 나이 지긋한 원로교수들에게까지 쓰라고 강요(?)하는가 하면 가뜩이나 재정이 빠듯한 판에 대학정보화에 수십억의 돈을 쏟아부어야 한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원성은 곧 컴퓨터와 네트워크에 익숙해진 후 누리게 되는 편리함과 신속함에 묻히고 만다. 며칠씩 걸려 찾아도 힘들던 해외 논문 검색을 몇분 만에 해치우는 것은 물론 대학내 곳곳에 설치된 단말기를 통해 언제나 원하는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게 됐다. 교직원들은 기안서를 여기저기 들고 다니며 결재를 받지 않아도 되고 학생들은 굳이 성적증명서 등을 떼지 않아도 이름과 학번 비밀번호 등만 누르면 언제든지 이수학점이나 평점 등을 열람할 수 있다.
정보화에 대한 한 교수의 열의가 이유있는 것이었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한 교수가 정보전산원의 사령탑을 맡은 것은 지난 95년. 2년 단임제인 전산원장을 유일하게 중임하고 있다. 그의 대학정보화 작업이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은 학생들이나 교직원들이 모두 고객이라는 한 교수 특유의 「고객론」 때문. 그는 『전산자원을 쓰는 고객이 편리하게 이용하지 못한다면 그 정보화는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단언한다.
『얼마나 많은 돈을 투자 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전산자원을 잘 활용하고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단순히 시스템을 설치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도록 홍보하고 교육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요.』
한 교수가 정보전산원을 이끄는 데 「고객론」을 지론으로 갖게 된 것은 기계공학이라는 전공과도 무관하지 않다. 학교 전산자원을 가장 많이 이용하는 학과는 바로 기계공학과. 기계설계 등을 위해 주로 대형 프로그램을 작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기전자 분야나 전자계산을 전공자들보다 한발 앞서 이용자 입장에 설 수 있게 된 것이다.
한 교수는 최근 국민대학교와 공동으로 사이버 디자인대학을 설립에 열중하고 있다. 교육부의 가상대학 시범운영 프로그램으로 선정된 이 대학은 온라인을 통해 산업디자인 인력을 양성하고 이 분야의 사회교육도 담당할 계획이다.
『이제 공과대학 안에도 산업디자인 교수들을 수용해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산업과 미술의 만남을 통해 보다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계획입니다.』
『가상대학은 일부만 향유할 수 있었던 대학교육의 기회를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제공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한 교수는 오늘도 보다 양질의 교육을 위해 정보화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장윤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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