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재미있고 신기한 과학이야기 (5);우주 엘리베이터

지난 79년 서양에서 「낙원의 샘」과 「별 사이의 가교」란 SF소설이 각각 발표됐다. 두 작품은 우연하게도 「우주 엘리베이터」라는 똑같은 소재를 다룬 것이었다.

우리나라에도 소개된 「낙원의 샘」은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SF작가 아서 클라크가 쓴 것으로 SF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상인 휴고상과 네뷸러상을 동시에 수상했다.

「별 사이의 가교」역시 영국 출신이며 현재 미국에서 활동중인 SF작가 찰스 셰필드의 작품이다. 그는 물리학자이다.

이 두 작품이 다루고 있는 「우주 엘리베이터」는 우주왕복선을 대신할 수 있는 획기적인 아이디어이다. 이것은 글자그대로 우주궤도(보통 우주정거장이나 정지위성이 떠 있는 궤도)까지 올라갈 수 있는 어마어마한 높이의 엘리베이터 탑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 엄청난 무게를 견디기 위해서 궤도의 바깥쪽으로도 똑같은 길이의 구조물을 붙인다. 그러면 지구 자전에 따른 원심력과 조석력(潮汐力) 등이 균형을 이루어 전체길이가 10만Km 정도에 이르는 거대한 구조물을 지탱할 수 있게 된다.

게다가 이 엘리베이터는 올라갈 때 쓰는 동력을 위치에너지의 형태로 저장할 수 있기 때문에, 내려올 때는 그 에너지를 전자기적으로 변환하여 재활용할 수 있다고 한다. 우주왕복선의 경우 한번씩 올라갈 때마다 엄청난 양의 로켓 연료를 1회용으로 소비하므로 장기적으로는 우주 엘리베이터가 훨씬 경제적임을 알 수 있다.

우주 엘리베이터는 지금 현재의 과학기술 수준으로도 건설이 가능하며, 단지 엄청난 비용이 문제될 뿐이다. 아마 우주산업이 고부가가치를 지닐 21세기가 되면 건설이 시도될 것이다.

우주산업이란 무중력상태의 잇점을 십분 활용하는 모든 분야의 생산활동을 뜻한다. 중력이 미치지않는 우주공간에서는 각종 제조업 등의 공정이 지상에서보다 훨씬 간편하고 비용이 적게 든다.

볼베어링을 만들 경우 지상에서는 강철 볼을 만들기위해 복잡하고 정밀한 연마 작업을 해야하지만, 무중력상태에서는 액체 상태로 용해된 철을 수도꼭지 같은 곳에서 그냥 떨구면 표면장력에 의해 완벽한 구(球)의 형태를 이룬다. 또한 지구 바깥쪽으로 우주여행을 떠날때도 우주궤도에서 출발하면 훨씬 비용이 적게 든다. 지구중력권에서 벗어날 탈출속도를 얻기 위해 연료를 많이 소비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미래에 달이나 화성 등으로 여행을 갈 때는 제일 먼저 우주 엘리베이터를 타게 될 것이다. 한 화성에 도착할 때에도 먼저 우주정거장에 내린 뒤 엘리베이터를 타고 화성 표면으로 내려갈 것이다.(달은 중력이 워낙 약하기 때문에 우주 엘리베이터가 건설되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우주 엘리베이터는 60년 7월 당시 소련의 레닌그라드(현재는 러시아의 상트 페테스부르크) 공과대학생이었던 알슈타노프가 처음 발표한 「우주궤도 엘리베이터」가 시초다. 이 아이디어는 그 뒤 수많은 학자들에 의해 과학적 타당성이 검증되고 보완되면서 70년대에 들어서는 대중적인 개념이 됐다.

처음에 언급했다시피 SF소설의 소재가 되는 것은 물론이고, 이웃 일본에서는 만화영화에도 등장한다. 국내의 팬들이라면 잘 알고 있을 「사일런트 뫼비우스(1990)」라는 애니메이션은 21세기의 동경에 건설중인 우주 엘리베이터 「스파이러스」가 배경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대중적이기는커녕 학자나 전문기술자들조차 우주 엘리베이터라는 개념을 알고 있는 사람이 매우 드문 것 같다. 국가적 과학기술 역량의 저변은 이런 상상력의 확장과 보급에서부터 단초를 찾아야하지 않을까.

박상준(과학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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