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보통신 인력부족과 실업자 문제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최근 실업사태가 매우 심각하다. 2월 말 현재 실업자수가 이미 1백23만명에 달했으며 현재는 1백50만명 수준으로 더욱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연말까지는 2백만명 이상의 대량 실업사태가 발생할 것이라는 극히 비관적인 전망도 있다. 현재 정보통신부를 비롯해 보건복지부, 건설교통부, 교육부 등 관련부처에서 실직자 가정의 생계와 고용안정 지원을 위해 다각적인 실업자 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최근의 실업사태가 생각보다 훨씬 심각해 그 치유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정통부가 최근 정보통신 분야의 22개 교육기관을 선정, 이들 교육기관에서 실업자들이 정보통신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키로 한 것도 실업자 대책의 일환으로 풀이되고 있다.

정통부는 이들 교육기관을 통해 지난 1일부터 올해 말까지 모두 1천7백50명의 정보통신 인력을 양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정보통신 인력은 이처럼 단기간에 양성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몇 천명을 양성한다고 해서 정보통신 부문의 인력부족 현상을 타개할 수도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현재 선진국의 경우 최근 정보화의 진전에 따라 정보통신 전문인력의 수요가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으나 인력확보가 어려워 이미 몸살을 앓고 있다. 하이테크의 왕국인 미국의 경우 인터넷의 보급 등으로 인력수요가 늘고 있는 반면 컴퓨터를 전공한 학생이 부족, 공급이 크게 달리고 있다. 경영자들은 인적자원 부족이 미국경제 성장을 제약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작년 말 현재 미국의 하이테크 기술인력 부족수가 34만명으로 전년의 2배로 급증하고 있는데 이같은 인력부족 현상은 영국, 캐나다, 일본 등 소위 정보화 선진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특히 최근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국의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컴퓨터 2000년 표기문제」 즉 밀레니엄 버그의 해결을 위해서도 인력확보가 급선무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최근 외신이 전하는 것을 보면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밀레니엄 버그는 공공서비스와 금융서비스를 비롯해 의료, 경찰, 급료 및 연금계산, 운송 등 모든 분야에 타격을 줄 시한폭탄이라고 지적, 앞으로 1년간 약 2만명의 컴퓨터 프로그래머를 집중 양성하고 밀레니엄 버그의 피해를 막기 위해 공공부문에만 50억 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캐나다는 정부 전산망 재프로그래밍 작업에 초점을 맞추고 14억4천만 달러의 관련예산을 편성했다고 했는데 이것은 밀레니엄 버그의 해결문제가 얼마만큼 시급한 과제이고 또 이의 해결을 위해 인력확보가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가를 단적으로 설명해 주는 사례라 할 것이다.

정부에서도 최근 밀레니엄 버그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 민관합동의 대책기구를 구성키로 하는 등 국가적으로 대처키로 했다고 들린다. 정통부는 이에 따라 우선 이달중 한국전산원에 기술자문단을 구성, 자금과 정보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에 기술지도를 해주는 한편 정보통신진흥협회에 전문 기술인력 풀을 설치해 수요기관의 요청에 따라 실비로 인력을 지원키로 했으며 이를 위해 정보화추진기금에서 기술자문단에 2억7천만원, 기술인력 풀 운영에 1억3천만원을 각각 지원할 계획인 것으로 발표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지원으로 밀레니엄 버그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되지는 않는다. 밀레니엄 버그 문제는 소프트웨어 전문인력을 확보하고 있는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 정부부처나 정부투자기관을 비롯해 연구기관, 금융기관, 통신기관, 교육기관, 일반기업체 등 거의 전부가 사실상 속수무책으로 방치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산과 인력부족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정통부가 올해부터 오는 2002년까지 매년 1천억원씩 총 6천억원의 정보회촉진기금을 투입, 총 44만1천7백여명의 신규고용 창출계획을 마련해놓고 있다는 것은 다행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심각한 실업자 대책이나 밀레니엄 버그에 대응한 적극적인 인력확보 의지가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유감이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이같은 인력양성 계획이 IMF관리체제 이전에 수립된 것이어서 불가피한 면이 없지 않으나 이제는 모든 것을 새롭게 짜야 하는 IMF시대라는 점에서 근본적인 재검토가 있어야 할 것 같다. 정보통신산업은 원래가 고부가가치 산업이자 고용효과가 큰 산업이다. 최근 심각해지고 실업자 문제 해소와 특히 밀레니업 버그 해소 등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장단기 인력양성 계획도 재검토돼야 할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이달중 「실업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범정부적인 실업자 일자리 창출에 나설 예정이라고 하는데 정통부에서도 적절한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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