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萬珍 LG전자 인사.노경담당 이사
지금 우리 모두는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IMF 구제금융으로 시작된 돈가뭄은 빙산의 일각일 뿐 아직 본격적인 불황의 늪은 그 실체조차 드러내지 않고 있어 우리로 하여금 자칫 지레 포기하거나 한여름 소나기처럼 스쳐지나간 게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불러일으키게 한다.
우리는 지난 30여년간 오로지 「성장」을 지상과제로 삼아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구조적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지 못했고 그 해결노력도 미약했다.
이제 모든 기업활동은 시장경쟁력 강화와 부가가치 창출이라는 잣대로 평가해야 한다. 이는 제품이나 서비스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인적 자원의 운용과 노경관계에도 적용되는 것으로 조직 전반에 대해 효율성을 높이고 불합리한 요소는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
우리 모두가 철저하게 의식을 개혁하고 도전적 목표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기에 경우에 따라서는 과거의 성공체험이 무용지물이나 장애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성공적인 변혁을 위해선 변혁의 필요성에 대한 광범위한 인식과 공감, 명확한 비전, 신념과 역량, 체계적 실천이 요구되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변혁을 주도할 리더가 얼마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나부터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비장한 각오로 매사에 임해야만 이 절박한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도약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
그러면 노경관계의 향후 방향은 무엇인가. 문제해결을 지향하는 「가치창조의 노경관계」가 그 대안이 아닐까 한다.
이를 위해 회사에서는 첫째, 근로자들의 참여와 협력을 이끌어내는 신뢰와 존중의 열린 경영으로 경영의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 둘째, 사업의 관점에서 중장기적 경영계획의 일환으로 인력운용의 효율성을 높여 인적 자원이 경쟁우위의 원천이 되도록 해야 한다. 셋째, 사업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단위별 업무목표를 설정하고 효과적으로 지원, 평가, 보상하는 성과관리시스템을 설계해 근로의 보람은 물론 성장이 가능하도록 조직역량과 실행력을 강화해야 한다. 넷째,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는 철저한 의식개혁이 구호나 일과성 행사에 그치지 않도록 추진체제를 만들고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아울러 노경관계의 파트너로서 노동조합은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는 사회적 위상과 회사 내에서의 영향력을 고려해 권한에 상응하는 책임있는 활동을 해야 한다. 가장 먼저 환경변화에 대한 신속하고 정확한 인식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제고시키며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문제해결의 전문성을 제고해야 한다. 그리고 비상경영 하에서의 생존과 성장을 위해서는 이해관계를 초월한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참된 용기로 경영을 이해하는 협력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사원들도 위기의 실체에 대해 정확하게 인식해야 하며, 회사나 조직에 대해 변함없이 신뢰하고 나부터 변하겠다는 강한 의지로 위기극복 노력에 자발적으로 참여해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여는 주인공이 돼야 하겠다.
우리는 할 수 있다. 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노와 경이 함께 하고 희망과 자신감을 가지고 전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동참한다면 이 절박한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도약의 기회로 삼아 영원한 승리자가 될 수 있다. 노와 경은 꼭 함께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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