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0대 초반의 여성으로부터 재미있는 질문을 받았다. 필자가 듣고 있던 글로리아 게이너의 「I will survive」라는 노래가 고교생 인기가수 진주의 「난 괜찮아」와 같다며 어느 곡이 표절이냐고 묻는 것이었다.
「난 괜찮아」는 표절이 아닌 번안곡으로 보아야 하고, 「I will survive」는 발표된 지 20여년이 넘는 디스코의 명작이다. 70년대 중후반부터 불기 시작한 디스코 바람은 한때 팝계의 판도를 바꾸어놓을 만큼 엄청난 것이었다.
당시 아름답고 서정적인 발라드곡을 부르는 그룹이던 비지스는 영화 「토요일밤의 열기」의 음악을 맡아 완전한 디스코 뮤지션으로 변신했고, 도나 서머나 글로리아 게이너 같은 여성 뮤지션들은 뛰어난 가창력을 지닌 댄스가수로 당대를 풍미했었다.
사실 디스코 바람은 70년대를 회상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소재이면서도 그 시절을 비아냥거리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당시 디스코와 상관이 없을 것 같던 뮤지션들도 음악적 실험이든, 상업적인 발상이든 디스코에 눈을 돌려 비난받았던 것이다.
한국에서도 그 유행을 상당히 빠른 시일내에 답습했고, 심지어 번안곡이 국내 인기차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한국에서의 특징이라면 미국쪽의 디스코 뿐만 아니라 틈새시장을 노린 유러피언 디스코도 큰 호응을 얻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예가 보니 엠이나 징기스칸 같은 독일 뮤지션들인데 30.40대들은 시내 디스코텍에서 그들의 노래를 「인이 박히도록」 들었을 것이다.
그 시절의 디스코 열풍을 회상해볼 수 있는 걸작 모음집이 「Pure Disco」 시리즈다. 「YMCA」 「Last Dance」 등 1집 수록곡들보다 지명도가 떨어지지만 미국시장에서의 반응은 무시할 수 없었던 곡들이 2집에 실렸다.
「YMCA」로 유행을 주도했던 빌리지 피플의 「In The Navy」를 비롯, 노토리어스 B.I.G의 「Mo’ Money Mo’ Problem」에서 샘플링된 다이아나 로스의 「I’m Coming Out」, 아바의 「Voulez Vous」, 디스코의 여왕 도나 서머와 바브라 스트라이잰드가 함게 부른 「No More Tears」 등이 수록됐다.
이 앨범에서 주목할 점은 비록 각기 다른 앨범에서 뽑아낸 곡들이지만 일정한 수준의 프로듀싱 능력을 자랑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어스 윈드 앤 파이어나 잭슨 파이브, 배리 화이트의 곡은 90년대 곡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이는 당시의 댄스곡들이 싸구려 제작비로 만들어낸 것이 아니며 나름대로의 실험을 거친 곡이라는 것으로 반증한다. 몸과 머리로 즐길 수 있는 디스코의 걸작들이 수록돼 흥미롭다.
<박미아, 팝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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