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외기술동향] LSI로직, 집적도 3배 높인 4세대 기술 발표

반도체 기술의 급진전에 따라 종래 수십개의 칩을 장착한 기판을 하나의 칩으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일찍이 인텔의 공동 창업자인 고든 무어가 칩의 집적도가 18개월 주기로 배증한다는 「무어의 법칙」을 발표한 바 있지만 갈수록 그 주기가 급속히 단축되고 있는 추세다.

이미 1천만개 가량의 트랜지스터를 집적한 칩들이 나오고 있으며 오는 2000년엔 1억개의 트랜지스터를 집적한 칩이 등장할 것으로 미 시장조사 회사인 데이터퀘스트는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전에 여러개의 칩이 수행하던 기능을 하나의 칩으로 대신하는 것이 가능해졌고 궁극적으로 시스템의 모든 기능을 하나의 칩으로 실현하기 위한 기술개발 노력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칩 자체로 시스템을 구현한다는 의미에서 「시스템온칩」이라 불리는 이들 칩을 사용하면 각종 시스템의 크기를 줄일 수 있고 조립 과정을 단순화시킬 수 있으며 제조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등 많은 이점이 있다.

따라서 시스템온칩에 대한 수요가 최근 급증하고 있으며 그 결과 세계 시장규모가 올해 40억달러에서 오는 2001년엔 1백50억달러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데이터퀘스트는 전망하고 있다.

LSI 로직, IBM, 텍서스 인스트루먼츠(TI), 루슨트 테크놀로지스, VLSI 테크놀로지 등 세계 주요 반도체 업체들이 이 분야에 대한 투자 확대를 통해 신기술 및 신제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도 이같은 배경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특히 이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잇따라 내놓고 있는 미국의 LSI 로직이 최근 「G12」란 시스템온칩 신기술을 발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G12는 트랜지스터의 유효 채널 길이(Leff)가 0.13 미크론으로 6년전 LSI 로직이 Leff 0.38미크론인 「5백K」 기술로 시스템온칩 개념을 실현한 최초의 제품을 내놓은 이래 0.25미크론의 「G10」과 0.18미크론의 「G11」에 이어 발표한 4세대 시스템온칩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G12의 특징은 이전 세대 기술에 비해 40% 정도 처리속도가 빠르고 전력 소비량도 50%가량 감소했으면서 로직의 집적도는 3배가량 커진 것.

특히 셀(cell) 기반의 아키텍처 구축에 적합한 기술로서 고도로 진보된 시스템온칩 설계가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 기술은 20X20mm 크기의 칩에 2억2천3백만개의 트랜지스터를 집적시켜 칩 하나로 혼성 신호, 로직, 임베디드 메모리 및 무선통신 부품 등의 기능을 통합, 구현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이 LSI측의 설명이다.

이 회사는 G12 기술을 적용한 시제품을 올해말 발표하고 내년 2/4분기부터는 본격 생산에 나서 컴퓨터, 통신, 가전 등 다양한 분야의 시스템 제조업체들에 공급할 계획이다. 분석가들은 이에대해 LSI로직의 G12와 같은 한차원 발전된 기술에 기반해 생산될 시스템온칩은 그 자체로 사실상 시스템과 거의 같은 성능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런 전망은 그리고 앞으로 시스템온칩을 활용할 경우 시스템 제조업체들이 신제품 발표 시기를 앞당기고 생산 비용 절감과 성능 개선을 통한 경쟁력 향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으로 이어진다.

이처럼 시스템온칩이 시스템 업체의 경쟁력 향상에 기여하는 바는 매우 크지만 시스템온칩 기술 개발은 LSI 로직을 포함해 이 분야에 진출해 있는 어떤 업체들에도 결코 만만한 작업이 아니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서로 다른 여러 가지 기능을 하나의 칩에 결합시키기 위해선 첨단의 소프트웨어 디자인 툴과 제조 장비가 요구되는데다 개발된 칩을 테스트 하는 것 자체도 대단히 어려운 작업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고난도의 기술과 엄청난 개발비, 그리고 시간 투자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 분야에 진출한 업체들 사이에서도 일종의 표준 제정 움직임이 일고 있다.

「버추얼 소켓 인터페이스(VSI) 동맹」의 결성은 이같은 노력의 결과다.

VSI 동맹은 업계가 보유하고 있는 칩의 기능 블록들을 상호 이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 포맷과 테스트 기술 및 인터페이스 등의 표준 규격을 마련하자는 것이 그 결성 목표다.

이는 시스템온칩 개발에 드는 비용과 설계 시간을 줄여보자는 생각에서 나온 것이지만 현재로선 그리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스템온칩 기술이 발전할수록 고도의 복잡성을 띠게 되는데 몇가지 표준 규격만으로는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내셔널 세미컨덕터가 고성능 PC 시스템을 하나의 칩으로 실현하려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등 반도체 업계의 시스템온칩 기술 개발 노력은 갈수록 고도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오세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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