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특집-CPU] 떠오르는 새 MPU

또 하나의 거대한 마이크로프로세서 시장이 꿈틀대고 있다.

최근 인터넷으로 대변되는 웹환경의 저변확대 및 무선통신기기의 보급확대에 힘입어 PC이외의 환경에서도 PC의 역할을 일부 수용하는 정보가전시장이 황금어장으로 떠오르면서 이들에 적용되는 마이크로프로세서시장도 용트림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정보가전제품으로 분류되는 제품으로써는 개인용정보단말기(PDA)와 핸드핼드PC, 팜PC, 웹폰, 스마트폰, 디지털TV, 세트톱박스 등을 들수 있다. 이들은 일종의 OS를 갖고 PC의 기능을 수용하도록 설계돼 있는 것이 특징. 기존 셀룰러폰이나 TV등은 그 기능에 필요한 명령만을 수행하는 형태였으나 이들에 PC기술이 합쳐지면서 TV로 인터넷을 검색하거나 셀룰러폰으로 워드프로그램을 읽을 수도 있게 됐다.

지난 1월 시장조사업체인 IDC는 98년 정보통신 산업을 전망한 IDC 전망 98 연구 보고서를 통해 금년을 「웹 기반의 정보가전의 해」로 정의했다. 98년 정보통신의 10대 이슈를 정리한 이 보고서에서 IDC는 전세계적으로 인터넷 사용자가 지난해 5천만명에서 올해는 2배 늘어난 1억명을 상회하는 등 인터넷 대중화의 기반이 마련됨에 따라 인터넷이 컴퓨터와 통신 등 정보통신 산업의 모습을 새롭게 바꿀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웹을 통해 다양한 데이터를 수용, 향유할 수 있는 IA들이 잇따라 출현하는 등 웹 기반의 정보가전 시대가 곧 열릴것으로 이 보고서는 전망했다. IDC는 『2002년에는 미국내에서 IA가 출하 대수에서 PC보다 앞서고 2005년이 되면 전세계적으로 NC를 포함한 IA가 PC의 대수를 상회』하는 등 PC를 빠르게 대체해 나갈 것으로 보고있다. 또한 2010년에는 『IA와 NC 시장 규모가 PC 시장의 10배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까지 내놓고 있다.

정보가전시장에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는 또 하나의 요소는 미 마이크로소프트가 정보가전용 OS로 지난해 말 출시한 윈도CE 2.0. 비PC(nonPC)와 PC를 소프트웨어 환경을 통해 통합할 수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운용체계(OS)인 「윈도CE」 버전 2.0은 기존 웹접속 기능과 워드처리 기능에다가 명암처리가 가능한 컬러 스크린지원 기능과 강력한 네트워킹 기능 및 인텔 아키텍처 지원 기능 등을 보강했다. 따라서 일반 윈도기반 PC와 연결했을때 데이터의 공유(share)와 동기화(synchronize)가 가능하다.

정보통신업체들의 대폭적인 지지를 받는 정보가전제품이 급부상함에 따라 이들 기기의 핵심부품인 마이크로프로세서 시장도 덩달아 뜨거워지고 있다. 그동안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지원을 받아 하드웨어 공동개발업체로 선정된 히다찌와 도시바, NEC, 필립스, 모토롤러 등 마이크로컨트롤러 생산업체들이 이 시장을 주도해왔다. 그러나 최근들어 새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는 양상을 띠고 있다. 이들업체가 중심이 된 정보가전용 마이크로 프로세서 시장에 디지털, 인텔, 선, 실리콘그래픽스 등 CPU업체들이 새로이 시장에 가세하고 있다.

인텔은 올초 영국의 임베디드 마이크로프로세서 설계업체인 ARM사와 라이센스 계약을 맺고 이 회사의 RISC프로세서 코어인 「스트롱 암」코어를 기반으로 칩제조 및 판매에 나설 계획이다. 인텔은 이전에도 자사의 x86코어를 바탕으로 임베디드 프로세서 시장에 참여했으나 저전력, 고기능, 낮은 가격이 요구되는 정보가전용 마이크로프로세서 시장에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CPU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인텔의 이번 시장참여로 그동안 여러업체가 과점해온 정보가전용 마이크로프로세서 시장이 새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알파칩 생산업체인 DEC는 지난해 영국 ARM사의 스트롱ARM 코어에 기반, 이동컴퓨팅 기기에 적합한 32비트 리스크 프로세서인 「SA1100」을 발표하면서 이동컴퓨터용 RISC 프로세서를 차세대 주력 제품으로 육성할 것을 발표했다. 이 칩은 1백33MHz와 2백MHz제품 두 종류로 2백MHz제품은 2백30드라이스톤 2.1MIPS까지의 성능을 제공하며 통상 2백50mW이하의 전력을 소모, 이동컴퓨터용 마이크로프로세서로는 최고의 성능을 나타내고 있다. 자바칩의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선은 올해 하반기부터 라이센스 공여업체인 LG반도체를 통해 정보가전용 마이크로프로세서시장에 본격 참여키로 함에따라 태풍의 눈으로 주목받고 있다. 「피코자바2」코어를 기반으로 제작되는 마이크로자바칩은 제품응용분야에 따라 「마이크로자바701/501/301」등 3제품으로 출시될 예정이며 LG반도체는 그 가운데 1백MHz이상의 클록주파수를 지원하는 501을 올 하반기에 출시할 예정이다. 선측은 자바칩이 모든 OS를 수용하는 멀티플랫폼을 제공하고 자바프로그램을 가장 효율적으로 실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보가전 시장에 가장 적합한 제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MIPS 칩의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실리콘 그래픽스도 기존 게임기 및 네트워크컴퓨터 등의 분야에서의 우위를 바탕으로 최근 윈도CE2.0을 지원하는 마이크로프로세서 코어를 발표, 업체에게 라이센스해주는 방식으로 정보가전용 마이크로프로세서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HPC용 OS인 윈도CE개발에 하드웨어 공동개발업체로 선정돼 일찍부터 이동컴퓨터용 마이크로 프로세서를 개발해온 히다찌제작소는 지난해 32비트 RISC프로세서인 「SH7709」를 샘플출하,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또 지난해 말에는 3백50MIPS의 처리속도를 갖는 SH4시리즈를 발표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이 제품은 바로 이전 제품인 SH7709보다 4배이상 성능이 개선된 것이다. 올 3.4분기부터 출시될 이번 제품의 클록 주파수는 2백MHz로 알려졌으며 내부 1.8V, 외부 3.3V의 저전압을 구현했다.

도시바는 지난해 차세대 윈도CE에 대응한 고속동작, 저소비전력의 32비트 RISC프로세서 「TMPR3912U」를 개발해 최근 양산에 들어갔다. 미국 밉스 테크놀로지사의 32비트 RISC프로세서 「R3000A」를 기반으로 개발된 이 제품은 74MHz의 동작주파수에 78MIPS의 처리성능을 나타내며 통상 3백mW의 저소비전력을 실현했다. 이밖에 모토롤러도 HPC에 대응할 수 있는 32비트 RISC프로세서인 MPC821, 823을 선보였으며 NEC도 윈도CE에 대응하는 「Vr4102」를 출시하면서 시장점유율 확대에 안간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 시장에서 주목할만할 업체는 영국의 어드밴스트 리스크 머신스(ARM)사다. ARM사는 직접 마이크로프로세서를 만들지는 않지만 핵심 기술인 코어를 개발, 이를 라이센스해주는 방식으로 정보가전용 마이크로프로세서 시장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이 업체와 라이센스계약을 체결한 업체만도 히타치, 록웰, TI, 디지털, 소니, 필립스, 삼성, 현대, LG, LSI로직 등에 이어 최근에는 CPU업체의 초강자인 인텔도 ARM진영에 참여했다. 이 회사의 강점은 저전력을 사용하는 마이크로프로세서 기술. 전력소비문제가 이동통신기기의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올 3.4분기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CE3.0버전을 선보인다. 이럴 경우 정보가전기기는 노트북 PC 수요의 일정부분을 대체해 갈것이라는 의견도 서슴지고 나올 나올정도로 정보가전의 제품성능은 개선될 것이다. 정보가전용 마이크로프로세서 시장은 PC시장에서처럼 인텔과 같이 막강한 지위를 누리는 업체는 당분간 나타나지 않고 춘추전국시대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이 시장이 CPU에서 파생된 것이 아니라 마이크로컨트롤러(MCU)로부터 시작됐기 때문이다. 현재까지는 가격을 강점으로 히타치나 도시바, NEC 등 일본 업체들이 강세를 띠고 있으나 조만간 인텔이 ARM칩으로 무장해 제품을 선보이고 자바기술을 갖고 있는 선이 자바프로세서를 선보인다면 시장의 모습은 지금과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크다.

<유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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