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요식행위로 인식됐던 정기주주총회가 커다란 변화를 맞고 있다. 최근 잇따라 개최된 전자업계의 정기주총에서는 경영의 잘잘못을 따지려는 주주들의 목소리가 높아졌으며 사측도 주주들에게 경영내용을 상세히 설명할 수 있는 자료들을 추가로 제작하는 한편 주총장에 입장하지 못한 주주들을 위해 주총장 앞에 대형 멀티비전을 설치해 주총장면을 생중계하는 등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광경이 연출되고 있는 것. 대주주들의 위세에 눌려 소액주주들은 단지 주총장에서 나누어주는 선물만 받아갔던 과거와는 달리 명실상부한 기업의 주인으로서 대접을 받고 있는 셈이다.
가장 큰 변화를 보인 곳은 삼성전자.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까지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삼성전자의 정기주주총회는 소액주주들의 권리를 위임받은 참여연대측이 부당 내부거래 및 계열기업으로의 자금편입 등 경영층에게 강도 높은 질문을 해 국내 주총사상 최장시간인 13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사측에서 동원한 총회꾼들에 의해 일사천리로 진행되던 과거의 모습과는 달리 사측 또한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를 하고 각각의 질문에 대해 반대의견을 묻는 등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별다른 이슈가 없었던 LG전자도 법정기재사항으로 제시한 11가지 항목만 의무적으로 기재해왔던 기존 영업보고서를 대폭 보완해 주주들이 경영상태를 손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LG전자가 이번에 발간한 경영보고서는 회사조직에서부터 97년 경영실적, 98년 경영전략, 재무제표와 주요 재무비율, 자금조달내역 등 회사경영전반에 대한 내용을 알기 쉽게 표로 요약해 기업의 투명성을 높였다. 또 주총장 입구에 대형멀티비전과 좌석을 배치, 주주들이 주총장의 모습을 밖에서도 편안히 볼 수 있도록 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주총에서 보여 준 이같은 모습은 앞으로 정기주총이 한해의 경영성과에 대해 주주들로부터 평가를 받는 자리로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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