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재정경제원으로부터 컨설팅을 의뢰받은 부즈앨런 컨설팅사는 재정경제원을 해체하라는 결론을 내려 화제가 됐다. 부즈앨런 컨설팅사의 보고서에는 한국의 경제상황을 일본과 중국 사이에 낀 호두로 묘사하고 있다.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는 분야에서는 일본에 압박을 받고 노동력이 요구되는 분야에서는 중국의 압박을 받아 마치 호두까기 속에 끼인 호두와 같다는 것이다.
이러한 비유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의 모든 조직이 호두와 같이 딱딱한 것이 아니라 유연성 있고 신축성 있게 변화해야 하며 모든 조직을 냉철히 평가, 분석, 새로운 전략과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아울러 이 전략이 본래의 목적을 제대로 충족시키고 있는가 점검해 적절히 보완하는 것도 필요하다. 어느 나라나 집단이건 계획이나 전략은 대동소이하지만 결과에 있어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아마도 실행과정에서 제대로 점검하고 수정, 보완할 수 있는 유연성과 신축성 때문일 것이다.
현재 정부에서는 새로운 고용창출과 실업난을 극복하기 위해 벤처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듯하다. 사실 벤처기업이 가지는 긍정적인 의미는 급변하는 환경변화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고 대기업이 생각할 수 없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력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작은 조직이기 때문에 구성원 모두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높은 생산성을 올릴 수 있는 점 또한 벤처기업의 긍정적인 측면으로 꼽힌다. 오늘날 미국의 경제가 호황을 누리고 있는 데는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정보통신산업 등에서의 수많은 벤처기업들이 근간이 됐다.
그러나 벤처기업들이 성공한 데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력이 뒷받침된 인력구조가 근간을 이루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벤처기업은 말 그대로 모험기업이다.
벤처기업의 밑바탕이 되는 창의성과 기술력은 정부에서 지원을 해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인력의 기반구조라 할 수 있는 교육을 통해 생겨난다.
그러나 오늘의 우리나라 교육현실은 어떠한가. 대학은 재정난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연구기자재의 가격상승과 연구비 삭감 등으로 원활한 연구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대학이 그동안 많은 비판의 대상이 된 것도 사실이다. 대학도 그 동안의 타성에서 벗어나 깊은 자기반성과 비판을 겸허히 수용해 새로운 가치와 위상을 정립해야 한다. 더 이상 대학교수가 다른 사람이 보기에 편안한 직업으로 인식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며 산업체에서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고급인력을 배출할 수 있도록 온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전략은 너무 단기적이었고 전략들간에 연관성이나 점검을 통한 평가, 이에 기반한 전략보완의 신축성도 부족했다. 마치 환자에게 근본적인 체질개선보다는 그때그때 필요한 약과 주사 등의 처방을 해 궁극적으로는 면역성이 떨어지게 되는 그러한 것이었다.
모든 것에 명암이 존재하듯 벤처기업의 육성에도 명암은 존재한다. 벤처기업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단순한 전략보다는 인력기반구조 및 기타 다른 기반구조를 건실히 하고 이를 통한 유연성 있고 신축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기술력의 향상 및 축적과 이에 기반한 새로운 아이디어도 그렇고 벤처기업을 창업하는 것 모두가 결국은 사람이 하는 것이고 사람으로부터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상명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많이 본 뉴스
-
1
정보보호기업 10곳 중 3곳, 인재 확보 어렵다…인력 부족 토로
-
2
“12분만에 완충” DGIST, 1000번 이상 활용 가능한 차세대 리튬-황전지 개발
-
3
최상목 “국무총리 탄핵소추로 금융·외환시장 불확실성 증가”
-
4
삼성전자 반도체, 연말 성과급 '연봉 12~16%' 책정
-
5
삼성, 첨단 패키징 공급망 재편 예고…'소부장 원점 재검토'
-
6
한덕수 대행도 탄핵… 與 '권한쟁의심판·가처분' 野 “정부·여당 무책임”
-
7
美 우주비행사 2명 “이러다 우주 미아될라” [숏폼]
-
8
日 '암호화폐 보유 불가능' 공식화…韓 '정책 검토' 목소리
-
9
'서울대·재무통=행장' 공식 깨졌다···차기 리더 '디지털 전문성' 급부상
-
10
헌재, "尹 두번째 탄핵 재판은 1월3일"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