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순훈 장관 발언" 무엇이 담겨있나

배순훈 정보통신부 장관이 26일 기간통신사업자의 동일인 지분제한 문제를 공식 거론함에 따라 그동안 소문으로만 떠돌던 통신산업의 「빅뱅」 논의가 수면 위로 급부상할 전망이다.

배 장관이 이날 통신산업 구조조정과 관련, 제기한 화두는 크게 △기간통신사업자의 동일인 지분제한 완화 △기업 인수, 합병(M&A)의 전면 허용 △한국통신의 분리 등 세가지다.

이들은 어느 것 하나도 쉽게 다루기가 힘든 업계의 핫이슈로 경우에 따라서는 빅뱅 수준의 구조조정을 촉발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배 장관의 발언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먼저 사전에 배포된 강연자료와 배 장관의 실제 강연내용을 종합해볼 때 정부가 조만간 기간통신사업자의 동일인 지분제한 완화조치를 단행할 것이라는 사실은 분명해보인다.

이는 세계무역기구(WTO) 기본통신협상이 타결됐을 때부터 지적돼온 「내국인 역차별」에 관한 것으로 올해 들어 외국인의 국내 통신업계 지분사냥이 본격화되면서 급속히 이슈화된 문제다.

현재 기간통신사업자의 동일인 지분제한은 유선 10%, 무선 33%이며 WTO 양허안에 따라 외국인이 올해부터 취득할 수 있게 된 지분의 한도는 유, 무선 구분없이 33%다. 이에 따라 데이콤, 온세통신, 하나로통신 등 유선통신사업자의 대주주 지분은 현재 6∼10%에 머무르고 있으나 외국인은 33%까지 취득할 수 있는 「역차별」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물론 외국인도 동일인 지분제한의 적용을 받기는 하지만 외국인 주주들이 합세할 경우 경영권 장악도 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이같은 문제 때문에 이들 유선통신사업자는 대주주들의 「감춰둔 지분」과 관련한 루머에 끊임없이 시달려온 것이 사실이다.

결국 동일인 지분제한 완화문제는 「주인없는 회사」에 「주인」을 찾아주자는 논의로 직결된다.

관심을 끄는 것은 배 장관이 이 문제를 「재벌정책」과 연관짓지 말기를 주문한 점이다. 예를 들어 데이콤의 경영권을 특정 재벌이 장악했을 경우 이를 「재벌의 경제력 집중」이라는 차원에서 비판적인 시각을 갖기보다는 세계시장에서의 국내기업 경쟁력 강화라는 차원에서 접근해달라는 주문이다.

배 장관이 무선통신사업자인 SK텔레콤을 거론한 것도 눈길을 끈다. 이는 현재 33%인 무선사업자에 대한 동일인 지분한도도 완화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현재 SK텔레콤의 대주주인 SK그룹의 지분은 22%이며 외국인 지분은 33%. 문제는 SK가 지분확대를 추진할 경우 한국통신이 보유한 지분(19%)의 처리문제와 연관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SK가 최근 정부에 한국통신 지분을 인수하겠다고 제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지분매각 의사가 없는 한국통신과의 마찰도 예상된다.

한국통신의 분리문제도 핫이슈다. 배 장관은 『한국통신의 공익성 사업과 수익성 사업을 분리한 후 정부보유 주식의 매각과 해외DR 발행을 조기에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통신의 시내전화부문 분리를 의미하는 동시에 분리된 시내전화사업을 「공익성」사업으로 분류할 경우 경쟁사인 하나로통신과의 관계설정도 미묘해진다는 점에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속단하기 어려운 문제다.

이밖에도 정통부의 주요 허가업무였던 기간통신사업자의 양도, 양수, 합병, 겸업, 휴, 폐지 등을 전면 자율화하겠다는 대목에 이르면 통신산업의 「빅뱅」이 눈앞에 다가온 듯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정통부가 구상하고 있는 통신산업 구조조정의 수위가 어디까지 올라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상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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