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되살아나는 반도체 산업 (5.끝);대만의 D램사업 축소 조짐

한국과 일본이 주도하던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대만이 본격 가세한 것은 95년이다.

원래 PC 및 주변기기 산업이 발달한 대만으로서는 내수시장이 확보돼 있는 D램의 한일 의존구도를 탈피해 국가 전략사업으로 육성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

여기에 메모리 분야에 한계를 느끼던 미국과 일본업체들이 이미 상업성이 떨어지기 시작한 일부 저급 D램 기술에 대한 요구가 있었던 대만업체들에 기술을 제공하면서 대만은 짧은 시일안에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복병으로 떠올랐다.

당초 대만은 오는 2000년까지 세계 D램 시장의 점유율을 최소 15%까지 끌어올리기 위한 대대적인 투자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총 8개인 대만의 D램업체들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설비 확충에 대단히 적극적인 자세를 가지고 있었다. 16MD램 중심으로 생산량을 지속적으로 늘려갔으며 세계 시장 점유율도 꾸준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때문에 국내 반도체 3사도 대만의 움직임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조만간 메모리반도체 분야의 경쟁자가 일본에서 대만으로 바뀔 것이라는 성급한 분석마저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장기적인 불황으로 한국에 이은 제2의 메모리 대국을 지향하던 대만 반도체 산업 정책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당초 D램 불황기를 최고의 투자 적기로 판단해 정부 주도로 공격적인 투자를 추진했으나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개별업체들의 경영실적이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악화된 것이 주요인이다.

결국 지난해말과 올해초를 기점으로 D램에 대한 투자 자성론이 제기되면서 D램 사업을 줄여나가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대부분의 반도체 업체들이 D램 라인 가동을 줄이고 이를 반도체 파운드리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대만의 PC업체인 에이서와 미국 TI사의 합작사인 TI-에이서는 6인치 라인의 생산을 중단했고 뱅가드사와 파워칩사도 D램 라인의 상당부분을 파운드리 라인으로 전환했다.

그동안 16MD램 시장에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가지고 있던 대만이 생산량 자체를 축소함에 따라 16MD램 시장에서의 공급과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안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또한 대만업체들이 최근 적극성을 보이고 있는 싱크로너스 방식 64MD램으로의 전환작업 역시 현재의 기술력을 감안할 경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여 당분간 대만이 한국 메모리반도체 산업을 위협할 만한 적수가 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일본 및 대만 업체의 D램 사업 축소, 미국 마이크론사의 전략 수정, 경기 침체에 따르는 차세대 설비투자 위축등으로 요약되는 최근의 시장 상황으로 미루어 볼 때 늦어도 올해 하반기부터는 수급 상황이 호전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결국 차세대 제품 개발능력이나 제품 생산능력 등에서 비교우위를 확보하고 있는 국내 반도체 업계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게 될 가능성을 점치게 하고 있다.

<최승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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