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국가정보화 "타산지석" (1);뉴욕 와이어드 프로그램

새 정부가 들어선 올초 가장 자주 거론됐던 말 가운데 하나가 「반면교사(反面敎師)」였다. 경제위기를 초래했던 옛 정권의 시행착오를 거울삼아 난국타개의 해법을 찾자는 취지에서였다. 이처럼 실패사례는 오히려 성공사례 보다도 후인들에게 「藥」이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국가정보화처럼 경험이 전무한 사업을 추진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이같은 상황은 사실 우리나라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다. 국가단위의 정보화 노력을 대다수 나라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그 어느 곳에서도 성공을 확신할 만큼 경험과 추진전략을 확보한 경우는 드물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우리에 앞서 국가정보화를 추진했던 해외의 실패사례를 되짚어보는 것은 「작고 효율적인 정부」 구현을 위한 국가정보화의 출발점에 서 있는 우리에게 적지않은 시사점을 던져줄 것으로 보인다. 부처간 정보공유미비, 최고정보책임자(CIO)의 리더십 부재, 불분명한 추진주체 등 여러가지 요인 등으로 인해 실패한 미국의 행정정보화사례를 유형별로 살펴본다.

<편집자>

뉴욕시는 지난 96년 9월 뉴욕의 총 3천개가 넘는 초등학교를 인터넷에 한꺼번에 접속사켜 학교정보화를 앞당긴다는 야심찬 「NY와이어드 프로그램」을 추진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많은 문제점이 돌출되면서 얼마 못가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NY와이어드 프로그램」은 추진 주체의 불명확성과 정보기술의 호환성 결여가 빚어낸 대표적인 실패사례로 꼽힌다.

시작단계만 해도 이 프로젝트는 당시 인터넷 사용자의 급증추세와 인터넷 유용성에 대한 사회적 평가에 힘입어 상당한 호응을 얻었다. 특히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도록 도움으로써 교육환경을 향상」시킨다는 분명한 목표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사업이 추진되면서 당초 의도와는 다른 양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이 사업의 궁극적인 대상인 초등학생들과 교사들이 상대적으로 미미한 반응을 나타냈다. 학생들은 인터넷을 이용해 교육과 관련된 자료를 찾기보다는 흥미 위주로 인터넷을 사용했으며 교사들에게서도 인터넷을 교육도구로 활용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란 면이 나타났다. 「NY와이어드 프로그램」은 결국 일시에 모든 초등학교가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는 성공했으나 정책의 궁극적인 대상인 정책의 목표, 내용, 활용방안 등이 불확실하고 사용자가 현실적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점에서 실패한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불명확한 추진 주체가 가져온 폐단이 컸다. 이 프로그램이 교실에서 활용되기 위해서는 교과과정 및 방법의 개편이 필요한 데 이에 대한 결정권은 교육위원회가 갖고 있는 반면 선거홍보에 신경을 써야 하는 뉴욕주지사에 의해 추진됨으로써 교사나 학생입장이 상대적으로 도외시되는 결과를 낳았다는 분석이다. 또 이 사업이 계속 추진되기 위해서는 사기업의 지속적인 재정지원이 이루어져야 하나 사기업의 활동이 확대될수록 상업성이 개입되는 문제가 발생한 것도 걸림돌 역할을 했다.

정작 중요한 인터넷 활용 응용프로그램의 개발이나 인터넷을 통해 제공될 유익한 교육교재 등에 대한 충분한 사전준비를 간과한 채 그저 인터넷을 많이 사용하면 할수록 좋다라는 식의 애매한 정책목표 또한 실패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NY와이어드프로그램」은 정보화 프로젝트 추진시 정책의 분명하고도 일관된 방향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인터넷을 이용한 학교정보화를 준비하고 있는 우리에게 극명하게 보여준다.

<김경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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