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B 관련업계, 고환율 따른 제조원가 상승분 보전 "네탓" 공방

PCB 관련업체들이 환율상승으로 인한 제조원가 상승분이 실제 거래에서 현실화되지 못하자 서로 네탓이라며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두산전자, 코오롱전자, 신성기업, 한국카본 등 PCB원판업체들이 환율상승 때문에 적자 행진을 하고 있다며 국내 PCB업체들에게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IMF 관리체제 이후 원화환율이 최고 1천7백원까지 치솟는 등 고환율이 계속되고 있으나 국내 PCB업체들이 결제환율을 1천3백원대에 묶어두고 있어 판매가격이 제조원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항변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70% 이상의 소재를 해외에서 직접 수입해야하기 때문에 결제를 위해 달러를 매입 매도해야하는 데 매입환율과 매도환율의 폭이 확대되는 바람에 결제때마다 달러당 1백원정도의 손해를 더 입어 실제로는 달러당 1천2백원대의 환율을 적용받고 있는 셈이라 팔수록 손해를 보고있다고 강변하고 있다.

그러나 PCB업체들은 국내 주요 세트메이커들이 PCB 구입대금 결제를 1천3백원대로 정해놓고 있기 때문에 원판업체들에게 손해를 보면서 더 높은 환율을 적용하기가 곤란하다는 자세다. PCB업체들은 자신들도 환율상승분의 1백%를 보상받지 못해 판매가격이 제조원가를 밑돌지경인데 원판업체들이 어렵다고 해서 피해를 보면서까지 이를 보상할 형편이 못되는 만큼 문제의 해결은 세트업체들에 달려있다는 입장이다.

그렇다고 세트업체들이 거래도 없는 원판업체들의 사정까지 감안해줄리는 만무하다. 세트업체들은 수입원자재 비중을 감안해 종전 9백원의 환율을 1천3백원대로 올려준 것도 대단한 희생을 감수한 것이라는 생각 뿐이다.

세트업체들이 환율을 조정해주지 않는 이상 PCB 원판업체나 PCB업체들은 내수나 로컬수출에서 밑지는 부분을 직수출에서 만회할수밖에 없는 형편이지만 원판업체들은 PCB업체들에 비해 직수출 확대에도 상당한 제약이 따르고 있어 사정이 더 딱한 실정이다.

더욱이 PCB업계나 세트업체들은 로컬거래를 하면서 굳이 달러를 사고 팔 필요가 없지만 해외업체들과 직접 달러를 주고 받아야하는 원판업체들은 달러의 매입 매도 절차가 뒤따라 추가로 달러당 1백원씩 손해를 덤으로 보고 있는 형편이다.

이같은 딱한 사정은 비단 PCB원판업체뿐 아니라 소재를 수입해 원자재를 생산, 공급하는 업체들이라면 대부분 같은 처지에 놓여있다.

IMF 사태이후 원자재 구득난으로 제조업전체가 위협받을 것을 우려, 정부가 원자재 수입을 위한 자금지원에 안간힘을 쓰고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이처럼 환율상승으로 인해 거래손실이 계속될 경우 돈만 지원된다고 원자재의 수입이 원활해질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PCB원판업계를 비롯, 원자재 생산업체들은 원자재 구득난 해소를 위해서는 정부가 자금지원과 함께 환율상승으로 인해 변화된 환경 아래서 이루어지는 거래관행에 대한 합당한 개혁도 병행해주어야 실효를 거둘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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