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CeBIT 98] 지구촌 정보기술 흐름 알리는 "풍향계"

전세계 정보기술(IT)의 경연장인 98세빗(CeBIT) 전시회가 마침내 독일 하노버에서 19일(현지시간) 팡파레를 울리고 7일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미주, 유럽, 아시아 등 5대양 6대주의 정보기술 업체 가운데 무려 65개국 7천2백여개 기업이 저마다의 기술력을 세계에 과시하기 위해 이 전시회에 참가했다. 36만평의 방대한 대지 위에 총 26개 홀로 구성된 세빗쇼는 올해로 27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미국에는 컴덱스, 독일에는 세빗」이라는 말처럼 이 전시회는 유럽의 대표적인 IT쇼로 대접받고 있다.

실속을 중시하는 독일의 특성이 반영됐는지는 몰라도 컴데스 쇼와는 성격이 판이하다. 매우 「실제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둘 다 비슷한 정보기술 전시회를 표방하고 있고 참가 업체도 대동소이 하지만 차이점은 뚜렷하다.

컴덱스쇼가 최신 기술, 최근 개발품을 선보이는 기술 경연장이라면 세빗쇼는 이미 소개된 제품과 기술을 놓고 바이어들이 구체적인 구매상담을 벌이는 곳이다. 컴덱스에서 세계의 기술 추세를 감지할 수 있다면 세빗에서는 시장 환경변화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세빗은 정보통신 분야가 유달리 강조된다. 여타 어떤 전시회에 비해서도 정보통신 비중이 높다. 이 때문인지 컴퓨터에도 네트워킹 환경이 강조되면서 세빗쇼는 한층 주목 받는 전시회로 성장하게됐고 세계 최대의 정보통신 쇼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하게 됐다.

세빗쇼의 출품 분야는 대략 10개로 나뉘어져 있다. *정보기술(IT)전 *네트워크 컴퓨터전 *컴퓨터통합생산(CIM) *소프트웨어전 *컨설팅 및 서비스전 *통신산업전 *사무자동화전 *은행 전산관리전 *안전관리 설비 및 카드 테크놀러지전 *연구 및 신기술전 등이다.

이 가운데 1천5백개에 이르는 대규모 업체가 참여하는 IT전은 세빗의 대표격으로 노트북에서 수퍼컴퓨터에 이르는 컴퓨터 하드웨어를 비롯해 멀티미디어, 비디오카드, 메모리시스템, 프린터, 스캐너 등 각종 주변기기가 총 망라돼 출품된다.

네트워크 컴퓨터전에는 ATM LAN을 비롯 각종 라우터, 네트워크 솔루션 등 최근 가장 각광 받고 있는 네트워크부문의 다양한 제품이 출품되고 소프트웨어전에는 시스템 소프트웨어를 필두로 데이터베이스, 출판 및 툴, 응용소프트웨어 등 모두 2천개가 넘는 제품이 선보인다.

위성통신을 위시해 영상정보시스템, 케이블TV 시스템, 스튜디오 장비, 비디오텍스트 시스템, 정보계측기기 등은 통신산업전에서 만나 볼 수 있다. 2000년 문제와 관련, 화제를 모으고 있는 은행 전산관리전에서는 금융전산업무 자동화 시스템은 물론 환율변동판 장비, 동전 분류기, 화폐교환기 등이 집결된다. 이밖에 세계 각국의 유수 연구기관 대학, 공공연구소들이 참가, 각 분야의 혁신적 신기술을 선보이는 연구 및 신기술전도 관심의 대상이다.

이같은 세빗의 각광 덕분인 지 참가국과 업체는 해마다 큰 폭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6천9백여 업체가 올해에는 7천2백여개로 확대되고 관람객 역시 지난해 65만명에서 올해는 70만명 이상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최근 수년간 한국을 비롯한 태평양국가와 동유럽국가들의 세빗 참가 증가세가 두드러져 주목된다. 지난해의 경우 4백91개 기업이 참가한 미국이 1위였지만 2위는 의외로 3백86개 업체가 출품한 대만이 차지했다. 탄탄한 기술력과 함께 대만의 수출 드라이브에 깔린 저력을 간접적으로나마 확인해볼 수 있는 사례이다.

우리나라 역시 해마다 참가업체 수가 확대되고 있다. 지난 95년 불과 8개업체만이 이 세계적 전시회에 명함을 내밀었지만 96년엔 18개, 지난해에는 31개업체로 뛰었다. 올해는 39개업체가 참여한다.

국내업체 가운데는 삼성전자, LG전자, 한솔전자, 텔슨전자, LG화학 등 모두 16개업체가 독자 부스를 마련, 전시에 나선다. 동방음향, 데이콤, 백두정보기술, 한국통신, 가남전자 등 23개 업체는 「한국관」이라는 공동 부스에 출품한다.

국내업체중 가장 관심을 모으는 것은 삼성전자. 이 회사는 총 7백96평방미터의 전시관을 확보하고 「통신관」과 「정보관」으로 주제별로 분류, 출품한다. 통신관의 전시테마는 「Simply Connected, Simply Samsung」이다. 이는 삼성전자의 통신부문이 지향하는 목표를 담아낸 것으로 웹 비디오폰, 차세대이동통신(IMT2000) 등 통신 단말기는 물론 비동기전송모드(ATM) 구내통신망(LAN), 케이블모뎀 등 네트워크, 전송장비까지 선보인다.

「인간을 먼저 생각하는 기업(WE Put People First)」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LG전자는 IT관내 약 7백평방미터의 공간을 확보, 자사 기술력의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있도록 각종 첨단 제품을 출품한다. 이 회사는 핸드핸드 PC, 광디스크드라이브(ODD), 완전평면 플랫트론 모니터, 영상회의 시스템, 키폰시스템 등을 주제별로 꾸며 놓았다.

대우통신은 초슬림형 노트북 PC, 주기판(마더보드), 유럽표준이동전화(GSM) 단말기 등 20여종의 주력 아이템을 선보인다. 가정 자동화(HA) 및 사무자동화(OA)관으로 분류한 총 3백20평방미터의 전시부스를 확보했다.

세빗쇼는 신제품에 대한 구체 상담이 강점인 만큼 이번에도 전세계에서 몰려 든 바이어들과 대규모 수출 협상이 진행될 전망이다. 실제로 세빗쇼의 참관객 가운데 전문 바이어의 비율은 지난 95년 71%, 96년 76%, 97년 86%로 해마다 상승곡선을 긋고 있다.

더욱이 이들 참관객 중 대부분은 자신의 회사 내에서 투자 결정권을 가진 계층과 전문경영인들로 이루어졌다는 것이 주최측인 독일박람회주식회사의 분석이어서 세빗에서 호평을 받는 제품은 세계 시장을 향한 수출 증대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번 세빗쇼는 단일시장으로는 미국을 제치고 최대시장으로 떠올랐지만 정작 국내업계의 공략 대상에선 그간 소외된 유럽시장을 겨냥하고 있어 이번 세빗을 계기로 국내업계가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을런지 주목되고 있다.

국내업체들도 이런 중요성을 감안, 전시 관련 인력 뿐 아니라 바이어 상담에 필요한 마케팅 전문가를 대거 파견하는 한편 최고 경영자들 까지 가세한다. 삼성전자는 아예 박희준 정보통신부문 사장이 직접 나서 해외 고위 바이어 및 현지에 온 세계 유수의 CEO들과 두루 접촉할 계획이고 LG전자 역시 마케팅, 전략, 기술개발 부사장급이 총 출동, 현지 활동을 펼친다.

<이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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