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방송계에 성역의 하나로 남아 있는 공룡기업군, 지상파방송에 대한 구조개혁 논의가 최근 새방송법 개정과정에서 대두돼 주목을 끌고 있다. 아직까지는 방송분야 학자들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수준이나 IMF체제하의 감량경영,정부의 영상산업 진흥대책과 맞물릴 경우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특히 지상파방송의 구조개혁이 이뤄질 경우 미정착단계인 케이블TV,위성방송 등 뉴미디어방송의 활성화 및 매체간 위상정립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먼저 최근의 방송법 개정 논의에서 지상파방송과 관련 가장 눈길을 끌고 있는 대목은 학자들 뿐만 아니라 방송사 내부에서도 제기되고 있는 지상파방송의 틀인 공민영체제의 새로운 정립이다. 90년대 SBS출범 이후 유지해온 지상파방송의 공민영체제를 기형적인 형태가 아닌 실직적인 공민영체제로 운영하자는 게 논의의 핵심.
KBS1,2를 필두로 MBC,EBS,SBS 등 5개 키스테이션과 8개 지역민영방송국 구도로 짜여진 현행 지상파 방송사의 공민영체제는 문제라는 지적이다. 말이 공민영체제이지 전체 5개 키스테이션국중 KBS 1,2 TV,MBC,EBS 등 4개가 공영방송이라는 것은 수용자 복지차원에서도 맞지않다는 것이다. 지역민방이 허가됐다 하지만 인천방송을 제외한 나머지 모두가 사실상 SBS네트워크화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 주장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방송의 공익성 개념에서 출발한 공영방송이 이 시점에서까지 비대한 규모로 이어져야 하는가 하는데서 출발하는 새로운 공민영체제 정립에 대한 논의는 KBS의 위상확보 및 MBC의 민영화 논의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선문대 신문방송학과 황근 교수는 이에 대해 『우리나라 방송영상산업의 진흥을 위해서는 KBS와 EBS의 공영화 및 탈정치화가 우선돼야 하고 MBC는 민영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SBS의 신완수 편성국장도 『KBS를 중심으로 한 공영방송의 올바른 자리매김도 필요하지만 시청자복지를 위해서는 민영방송의 자리매김도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같은 논의의 전개에 대해 MBC 내부에서는 공영방송의 명맥을 계속 유지한다는 계산하에 「EBS를 흡수통합, 명실상부한 공영방송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는 주장으로 대응하고 있다.
KBS도 실질적인 공영화를 위해서는 2천5백원으로 묶인 시청료 인상이 필수적이라고 대응하고 있어 문제는 확대되고 있다.
1년 예산이 1조원 규모에 달하는 거대 공룡기업으로 성장한 지상파방송사의 기능적 해체에 대한 문제 제기도 활발하다.
편성, 송출, 제작이 일원화된 지상파방송사의 해체작업이 전제되지 않는 한 방송영상산업의 발전은 요원하다는 문제 제기에서 출발하고 있는 이같은 논의는 일부에서 논의가 극단적이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으나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황근 박사는 이제 『우리방송산업도 지상파방송사의 제작, 편성, 송출 독점구조에 메스를 대 최소한 제작기능의 분리를 논의할 시점이 됐다』고 주장하며 『제작기능의 분리가 전제되지 않는 한 방송영상산업의 진흥은 요원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제작기능의 완전한 해체가 아니라면 최소한 독립제작사에 대한 외주제작비율의 대폭적인 상향조정이라도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황상재 교수는 『방송산업 개혁의 대원칙은 지상파방송이 독점하고 있는 방송제작 및 유통의 분리』라고 주장하는 한편 이에서 더 나아가 『독립제작사와 지상파방송의 불공정거래 시정을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는 또한 지상파방송사로 일원화됐던 프로그램 소유권,신디케이션권,방영권을 명확히 구분함으로써 제작-유통-방영권자가 나름대로 활동할 수 있게 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작기능의 분리가 아닌 송출기능의 분리를 주장하는 측도 있다.
정보통신개발연구원 김대호 박사는 최근 논의가 급진전되고 있는 디지털지상파 방송의 도입을 위해서라도 개별 지상파방송사가 구축하고 있는 송출설비는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며 송출공사의 설립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송신설비의 일원화는 지상파방송사의 감량경영,또는 영상미디어기업으로의 매진,중복투자 최소화의 관점에서도 타당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지상파방송을 뉴미디어방송과 차별화 또는 연계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지상파방송,케이블TV,위성방송이 각각의 정체성을 잃어갈 때 공존이 아닌 공멸을 초래하게 된다는 점에서 프로그램 특성의 차별화는 물론 프로그램 유통체제 확립 등의 구체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이 문제는 향후 새정부의 매체간 정책으로 드러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사항으로 지상파,케이블TV,디지털위성방송의 정립을 위해서는 지상파방송사의 특성화전략 강구가 시급한 상태다.
<조시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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