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포커스] 한양대 전자통신공학과 정제창 교수

한양대학교 전자통신공학과 정제창 교수는 요즘 내심으로 뿌듯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지난 93년 자신이 삼성전자 신호처리 연구소에서 근무하던 시절에 출원한 특허가 지난해말 미국의 MPEG LA(License Administrator)사에 의해 MPEG2 원천특허로 인정돼 불과 몇개월만에 수만달러 상당의 특허료 수입을 올렸기 때문이다.

MPEG LA는 동영상 및 음성 데이터를 고밀도로 압축, 복원하는 MPEG2 기술의 핵심특허를 모아 특허 제공 및 특허료 징수를 일괄적으로 대행하는 세계 최초의 특허 컨소시움 회사.

미국 미시간대학에서 신호처리분야의 박사과정을 마치고 귀국해 지난 91년 삼성전자에 입사한후 95년 한양대학교로 옮기기 전까지 4년여동안 정교수 주도로 출원, 등록한 MPEG2특허는 미국에 대해서만 모두 20건여건에 달할만큼 정교수는 이 분야에서 국제적인 권위자중 한명이다.

『삼성전자에서 일했던 기간은 국내에서 고선명(HD)TV에 대한 연구가 착수된 시점과 일치해 연구원으로써 미련이 없을 만큼 제가 갖고 있는 모든 기량을 펼 칠 수 있었던 데 대해 지금도 운이 좋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당시 삼성전자 수석연구원이었던 정제창교수가 미국에 출원한 MPEG2 특허는 「가변장 부호화 및 복호화시스템」에 관한 것으로 통계적인 방법을 동원해 동영상 데이터의 압축률을 높이는 기술이다. 정교수의 기여로 인해 삼성전자는 디지털 분야에서 핵심기술 제공업체로 도약하는 전기를 마련했을 뿐만 아니라 향후 수천만달러의 특허료 수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MPEG2 기술이 디지털 TV, 디지털 다기능 디스크(DVD), 디지털 위성방송수신기, 멀티미디어 PC 등 대부분의 차세대 정보가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필수요소 기술로 광범위하게 활용될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 기술을 밑천으로 삼성전자가 주요 특허보유업체들과 각종 특허 사용권리를 상호교환하는 크로스 라이센싱(Cross Licensing)효과까지 고려하면 정교수의 MPEG2 특허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해도 지나친 표현이 아니다.

『핵심기술과 이를 활용한 국제규격 자체가 수익사업이 되는 것은 디지털 시대의 특징중의 하나』라고 말하는 정교수는 국내 기업들이 서둘러 특허전략에 대한 마인드를 바꿔야할 시점이라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기업의 R&D활동이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핵심원천기술을 확보하는데 무게중심을 둬야한다는 것.

『생산기술과 상품화기술 만으론 디지털 시대에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어렵습니다. 특허전략과 관련해 승산이 있는 분야를 신중하게 선택해 장기적이고 집중적인 투자가 이루어져야 할 시점입니다』.

선진업체들의 기술을 모방하거나 맹목적으로 따라하는 것은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 일처럼 비효율적인 결과를 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는 정교수는 『비교경쟁력이 있는 분야와 기술에 대한 현명한 선택을 하기 위해선 해당분야에 대해 광범위하고도 깊이있는 정보력이 뒷받침 되어야한다』고 강조했다. 또 연구원들이 타성에 빠지지 않고 스스로 창의적인 연구개발 활동을 자극할 수 있도록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동기부여제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유형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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