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 한국산 반도체 덤핑제소 움직임

이달 초 미국이 한국산 메모리 반도체에 대해 고율의 덤핑 예비판정을 내린 데 이어 유럽연합(EU)도 최근 덤핑 제소를 준비하는 등 한국 반도체산업에 대한 외국기업들의 적대적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어 국내 반도체산업 회생에 최대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독일의 지멘스반도체사 등 유럽전자부품제조업협회(EECA) 소속 반도체업체들은 한국 반도체업체들에 대한 공식적인 반덤핑 제소를 위해 최근 본격적인 자료수집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멘스 등 유럽 반도체업체들은 1개월 이내에 반덤핑 제소를 위한 사전 자료 수집을 끝내고 4월말 이전에 EU 집행위원회에 공식 제소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미국 상무부는 지난 4일 한국산 D램 제품의 반덤핑 제소에 대한 연례 재심 예비판정에서 LG반도체에 7.61%, 현대전자에 12.64% 등 예상밖의 높은 덤핑 판정을 내렸다.

미 상무부가 한국 반도체업체에 고율의 덤핑 마진을 판정한 것은 미국이 한국 반도체업체를 대상으로 덤핑 조사를 시작한 지 6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특히 이번 유럽 반도체업체들의 한국업체들에 대한 반덤핑 제소 움직임이 지난주 초 한국반도체산업협회(KSIA)와 유럽의 EECA가 덤핑문제 해결을 위한 자료수집 체계 도입을 조건으로 한국산 반도체에 대한 덤핑 규제를 종료키로 합의한 직후 발생한 것이라는 점에 업계의 시각이 쏠리고 있다.

더욱이 이번 덤핑 제소의 주도업체로 알려진 지멘스사의 사전 조사작업에 미국의 IBM과 텍사스인스트루먼트사가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최근 미국의 대표적 메모리반도체업체인 마이크론사가 IMF지원금의 한국 반도체업체 지원 반대 로비와 맞물려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이처럼 미, 유럽 반도체업체들이 한국 반도체산업에 적대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은 대표적 D램업체인 마이크론과 지멘스사가 최근 메모리 가격 급락으로 반도체 부문의 채산성이 크게 악화되고 있는 것이 주 원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메모리 반도체 최대 공급국가인 한국의 원화가치가 2배 가까이 절하된 것과 관련해 향후 예상되는 추가적인 가격하락을 사전에 봉쇄하기 위한 조치라는 풀이도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최승철 기자>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