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층 PCB업체-단면 PCB업체 "희비교차"

국제통화기금(IMF) 한파가 인쇄회로기판(PCB)업체들의 희비를 교차시키고 있다.

고도성장과 고수익을 누려온 다층 PCB(MLB)업체들을 위기에 빠뜨린 반면 한동안 위기의식에 젖어 있던 단면PCB업계를 다소 느긋하게 만들고 있다.

MLB업체들은 지난해까지 국내 통신시장의 폭발적 성장과 그에따른 MLB의 수요 증가로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렸다. 셀룰러 휴대전화, 무선호출기에 이어 CDMA 디지털 휴대전화와 문자 및 음성사서함 서비스가 등장하고 곧이어 PCS 통신서비스까지 가세하면서 국내 통신장비시장은 가히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부상했다. 더욱이 각종 이동통신서비스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지국 증설을 야기시켜 교환기, 전송기 등에 소요되는 MLB는 없어서 못팔 지경이다. 또한 서비스업체들간 가입자 확보경쟁은 연간 수백만대에 달하는 단말기용 MLB의 수요까지 가세시켰다.

MLB업체들은 다층화와 생산량확대가 최대의 관건으로 부상, 앞다투어 증설에 비지땀을 흘렸을 정도였다.

그 결과 삼성전기, 대덕전자, 이수전자, 우진전자 등 에폭시 수지를 원판으로하는 산업용 PCB 전문업체들은 사상 최대의 호황을 구가했다.

LG전자, 코리아써키트, 새한전자, 청주전자 등 페놀 수지를 원판으로하는 단면 PCB를 생산하면서 동시에 MLB의 증산에 힘썼던 업체들은 MLB에 더 힘을 기울이지 못해 안타깝게 발을 굴러야 했다.

반면 대덕산업처럼 단면 PCB만을 생산하는 업체들은 완숙기에 접어든 국내시장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데다 동남아, 중국등지로부터 저가제품까지 유입돼 침체기를 겪으며 MLB업체들을 부러운 시선을 바라보아야했다. 단면 PCB업체들은 MLB업계의 고도성장에 상당한 위기의식마저 느끼던 때였다.

그러나 IMF 한파로 분위기는 삽시간에 반전돼 버렸다. MLB의 주시장인 국내 통신시장이 얼어붙어 버렸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미국이나 유럽등 세계 굴지의 통신장비업체들도 한국을 비롯한 동남아 외환위기로 수요가 위축, 장비생산을 감축하고 있는 추세여서 수출확대로 내수부진을 만회하기를 기대하기도 어렵게됐다. 삼성전기, 대덕전자, 이수전자, 우진전자등 MLB 전문업체들은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어두운 터널을 벗어날 탈출구가 보이지 않아 울쌍을 짓고 있다.

MLB 비중을 높이기위해 안간힘을 썼던 LG전자, 코리아써키트, 새한전자, 청주전자 등도 허탈감에 빠지지기는 마찬가지다. 다행이 이들은 아직 단면 PCB를 상당량 생산하고 있어 MLB 전문업체들보다 타격을 덜 받고 있지만 그동안 증설에 쏟은 땀방울이 아깝다는 심정이다.

대덕산업을 필두로하는 단면 PCB 전문업체들은 IMF 관리체제 이후에도 내수시장이 그리 크게 줄어들지 않았는데다 그동안 내수부진을 극복하기위해 수출비중을 높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호황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매출위축에 위기의식이 팽배해지고 있는 MLB업계에 비하면 비교적 안정세를 구가하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오히려 IMF 사태가 터지고 난 이후에 위기의식에서 벗어나고 있는 편이다. MLB업계에 비해 너무 뒤떨어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상당히 약화됐기 때문이다.

<유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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