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관람석] 커티스 핸슨 감독 "LA 컨피덴셜"

제작 전부터 숱한 화제를 뿌리는 할리우드의 대작들과 달리 「LA 컨피덴셜」은 미국영화 사상 처음으로 5대 비평가상을 모두 휩쓰는 대업적을 통해 감독과 배우에 대한 발견과 평가가 새롭게 이루어진 영화다.

권력이라는 구조 속에 피어나는 부패와 음모는 사실 새롭다기보다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이야기이며 커티스 핸슨은 이를 「필름 느와르」라는 교과서를 통해 가장 정통적인 문법으로 해석해낸다.

그는 오래된 교과서의 구식 문법에 충실하지만 빠른 호흡과 정교하고 치밀하게 계산된 시나리오, 배우들의 열연은 90년대의 이 대중적 영화에 재미와 깊이를 더해준다.

환락과 기회의 도시 LA. 영화는 가십성 기사를 통해 높은 판매부수를 올리고 있는 「허시허시」 잡지사의 편집장인 시드(대니 드 비토 분)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된다. 그는 『꿈과 욕망이 이뤄지며 누구나 스타가 될 수 있는 도시 LA로 오라』고 독자들을 향해 속삭인다. 그러나 이 작고 협잡군같은 편집장의 카메라를 통해 보여지는 것은 부패와 타락의 도시 LA일 뿐이다.

커티스 핸슨 감독은 등장인물만도 1백명이 넘는 방대한 제임스 엘로이의 소설에서 마치 솜씨 좋은 주방장처럼 이야기의 가지들을 쳐내고 맛깔스러운 음식들을 내놓는다. 진수성찬은 아니지만 노련한 전문가의 손을 거쳐 세련되게 포장된 음식이다.

이야기의 축을 이루는 주인공은 LA경찰국에서 일하는 3명의 경찰이다. TV 경찰드라마의 기술자문이며 시드와 결탁해 유명인사들의 범죄현장을 덮쳐 사건기사를 쓰게 하고 그 대가로 돈을 받는 일명 「할리우드 잭」(케빈 스페이시 분). 아버지에게 맞아 죽은 어머니에 대한 기억으로 여자에 대한 폭력을 증오하며 모든 것을 완력으로 해결하려는 버드. 머리보다는 완력이 앞서는 탓에 동료들에겐 일명 「꼴통형사」로 불리지만 순수함과 정의감이 있다. 명석한 두뇌로 출세가도를 달리는 형사 에드(가이 피어스 분). 그에겐 법을 옹호하는 엘리트다운 일면은 있지만 출세를 위해 동료를 배신하는 행위로 동료들의 비난을 받는다.

이들은 서로에 대해 무관심에 가까운 적대감을 갖고 있다. 영화는 이 세 주인공이 한 카페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에 연루되면서 이야기의 실타래를 풀어간다. 서로 다른 실마리를 갖고 있는 이들이 함께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은 흥미있는 복선과 반전의 연속이다.

해피엔딩이라는 결말이 「너무 할리우드적」이라는 비난처럼 장르영화의 걸작이라 부르기엔 다소 아쉬운 점들이 있지만 「필름 느와르의 부활」이라 부를 만한 대중적 재미와 탄탄한 구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기밀이나 심복의 의미를 지닌 「컨피덴셜」은 50년대 미국에서 상류층 명사들의 스캔들을 파헤쳐 명성을 날리던 잡지의 이름이기도 하다.

<엄용주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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