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말 미국의 각 신문에 눈길을 끄는 기사가 하나 실렸다. 다국적 기업인 IBM이 미쓰비시상사의 마키하라 사장을 자사의 사외이사로 영입했다는 것이었다. 미국의 IBM이 이례적으로 일본인을 경영과 인사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외이사로 스카웃했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지만 사외이사로 위촉된 마키하라가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 지에 대해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미국기업들은 90년대 들어 사외이사제를 본격 도입하고 있다. 독립성이 강한 기업외부 인사들을 이사회에 참여시켜 대주주의 독단과 경영자의 위기관리능력을 적절히 통제하고 있다. 미국 기업내에서 이사회가 가지는 영향력은 가히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회사의 경영, 인사, 보수결정 등 모든 부문에서 절대적인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따라서 이사회가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을 때 그 역기능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애플컴퓨터의 경우를 보자. 애플은 이사회의 무능력으로 경영악화를 극복하지 못한 채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와 제휴의 길을 선택했다. 애플의 창업자 중의 한 사람인 머클러 씨가 지난 84년 이사회 쿠데타를 통해 대표직을 맡은 이후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면서 길버트 아멜리오 회장을 비롯, 4년 동안 3명의 최고경영자(CEO)를 쫓아내는 등 매사를 독단으로 처리함으로써 경영혼란을 부채질한 결과였다.
우리나라 전자업체들도 IMF시대를 맞아 기업경영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사외이사제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오는 27일 열리는 주총에서 전문성 및 업무수행의 독립성이 보장될 수 있는 인사를 대상으로 사외이사 2명을 선임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39쇼핑을 비롯 한솔PCS, 데이콤, 현대정보기술 등도 이미 회사별로 1~2명씩의 사외이사를 영입해 경영활동에 참여시키고 있다.
사외이사제는 IMF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 기업들이 시급히 해결해야할 과제임에는 틀림없다. 따라서 이 제도도입이 단순히 대외 홍보용이 되어서는 안된다. 그렇게 해서는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없다. 사외이사제는 업체들의 실정에 맞게 자발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따라서 최근 일부 업체들이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인사를 선임한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비전문가나 회사 관계자들을 사외이사로 뽑는 사례는 시정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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