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21] 삼백텔레콤

56kbps모뎀 시대가 본궤도에 오르면서 요즘 한껏 주가를 높이고 있는 업체가 있다.

지난달 새로 확정된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의 V.90 모뎀 표준규격을 따르는 56kbps팩스모뎀을 업계 처음으로 출시한 삼백텔레콤(대표 허선영)이 바로 그 주인공.

이 회사가 시장에 첫 출시한 3천개의 「리베로 56K」는 불과 20일만에 완전히 동이나며 일약 히트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당초 이 회사는 공급량을 5천개 안팎으로 예상했지만 요즘들어 주문이 매일 쇄도해 이번달에만 이미 1만개를 넘어섰다. 또 삼성전자등 PC메이커와의 주문자상표부착(OEM)방식의 공급계약이 속속 체결돼 내달부터는 주문량이 월 2만개를 웃돌 것으로 예상돼 조만간 생산설비를 서둘러 확충할 계획이다.

무명에 가까웠던 삼백텔레콤이 이처럼 모뎀시장에서 일약 다크호스로 떠오른 것은 지난 7년여 동안 한눈 팔지않고 오직 모뎀사업에만 전념해오면서 탄탄한 기술력을 확보해 놓았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값싸고 성능좋은 제품을 만들었기에 이 회사는 제품광고에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다. 물론 광고를 할 여력도 없었지만 광고보다는 제품의 성능으로 소비자들에게 당당히 인정받고 싶었기 때문이다.

『리베로 56K가 단숨에 히트상품의 대열에 오르는데 있어 일등공신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지난 수개월동안 56K모뎀의 허와 실을 성토했던 바로 네티즌들이었습니다』

지난해 대기업을 비롯해 많은 모뎀업체들이 쏟아내 놓은 말뿐인 56K모뎀에 분노했던 네티즌들이 각종 통신망의 게시판을 통해 리베로 56K를 적극 추천하면서 제품홍보에 발벗고 나선 덕분이라는게 허사장의 말이다. 그의 말대로 소비자들의 힘은 역시 무서웠다. 56K모뎀을 외면했던 소비자들이 리베로 56K를 추천하는 글이 통신인들의 입을 통해 순식간에 확산되면서 이 제품은 일약 히트상품의 반열에 오른 것이다.

네티즌들이 입을 모아 리베로 56K를 극찬하는 이유가 있다. 지난해 모뎀업체들이 『56K모뎀시대가 열렸다』며 앞다퉈 출시한 56K모뎀이 실제 데이터전송률은 3천8백 CPS(초당문자전송수)안팎에 불과한 절름발이 제품인데 반해 리베로 56K는 데이터전송률이 4천9백∼5천2백 CPS로 그야말로 제대로 된 56K모뎀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제품은 압축이 안 된 데이터의 경우 데이터전송률이 7천∼8천CPS를 훨씬 웃돌 정도로 소비자들에게 큰 신뢰감을 안겨주고 있다. 여기에다 제품 값도 내장형이 8만7천원으로 기존 제품보다 훨씬 저렴해 시장에서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정직한 기업정신도 이 회사가 뒤늦게나마 빛을 발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됐다.

지난해 모뎀업체들이 절름발이 56K모뎀을 앞다퉈 출시했을 때 이 업체는 침묵을 지켰다. 제품생산 능력을 확보하지 못해서가 아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1월께 이미 스리콤의 X2방식과 락웰의 플렉스방식을 채택한 56K모뎀 개발을 완료해 놓았다. 그런데도 제품을 출시하지 않은 것은 시장상황이 악화된 탓도 있지만 그 보다는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싶지 않아서였다. 지난달까지 56K모뎀시장은 락웰과 스리콤 양대진영간에 첨예한 대립으로 표준규격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였다. 따라서 제품출시후 새로운 규격이 확정되면 소비자들만 골탕을 먹을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뻔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정직한 기업정신은 제품 자체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이 회사는 모뎀 PCB원판을 주재료인 납을 금으로 대체시켰다. 그러면서도 제품값은 오히려 낮췄다. 납을 금으로 대체시킨 것은 환경오염을 미연에 방지하면서 제품의 안정성을 높이고 수명을 늘리기 위해서다. 물론 여기에 사용한 금은 다른 PCB원팜에서 나온 폐금을 다시 정련해 사용한 것으로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 92년에 설립돼 직원이 15명에 불과한 작은 회사지만 우리나라 모뎀산업 발전에 적잖은 공을 세운 전력을 갖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33.6K모뎀 시장에서 값싸고 품질좋은 제품을 만들어 대만산 제품을 몰아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현재 이 회사는 56K모뎀시장에서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회사를 크게 위협하고 있는데 조만간 56K모뎀시장을 국산제품이 석권하는데 한몫을 단단히 해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회사는 또 최근 미국 액스사와 월 2만개 규모의 수출계약을 성사시킨 것을 시작으로 해외시장 공략에도 적극 나서 계획이다. 문의 (02)7614077

<김종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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