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정보화라는 역사적 과정을 통해 우리가 도달하려고 하는 목적지가 어디인지, 지금 우리는 그 목적지를 향해 제대로 가고 있는지에 대해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반성을 토대로 처방전을 마련해야 할 화급한 상황이다.
벌써 4반세기 이상의 역사를 갖게 된 우리 사회의 정보화는 「기술적 성취, 사회적 실패」라는 평가를 면할 수 없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정부와 기업들에 의해 주도된 정보기술의 연구개발이 이룩한 성과는 경이적인 반면 기술적 혁신이 가져온 사회발전은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다는 의미이다. 이는 정보화를 「기술적」으로만 이해해온 데 근본원인이 있다. 우리는 그동안 정보화를 산업발전의 도구로만 이해해왔거나 혹은 정보기술의 확산 자체를 정보화로 인식해왔다.
한국정보문화센터가 조사, 발표한 연구결과는 정보화와 정보사회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인식이 매우 미흡하다는 점을 여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정보사회 인식 및 실태조사」에 따르면 정보사회에 올바로 대처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우리 국민의 46%가 「정보의 가치 및 이용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라고 대답했다. 또 국민의 정보사회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정보사회에 대한 대응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국민의 33.1%가 「정보사회의 필요성이나 정보사회의 올바른 모습에 대한 홍보 계몽활동」이라고 응답했다. 이는 정보화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매우 불충분하며 「사회적 관점」에 입각한 정보화 개념의 정립과 확산이 매우 긴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기술적 관점을 넘어 사회적 정의를 내린다면 정보화는 「정보기술의 활용을 통하여 한 사회내 적응력이 높아지고 의사소통이 증가하며 조직운영의 효율성이 높아지는 현상 혹은 그러한 상태에 도달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정보화는 우리 사회의 핵심적 과제인 민주화와 효율화를 달성하는 유력한 수단이자 과정으로 이해되고 또 추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클린턴 행정부가 제시한 전자정부라는 개념은 행정개혁의 수단으로 정보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설치된 국가행정평가위원회(NPR:National Performance Review)는 품질관리와 민간기업의 경영기법을 이용하여 관료제도를 혁신하고자 하였으며 정보통신기술은 그러한 대규모 행정개혁의 수단으로 도입되었다.
그런데 우리의 전자정부는 행정개혁과 행정정보화가 맞물리지 못하고 지나치게 기술적인 의미로 변질되었다. 변질된 인식의 원상회복이 필요한 것이다.
정보화를 사회적 관점에서 정의하면, 그것은 사회구조의 개혁이며 사회조직의 혁신이라는 사실이 분명해진다. 따라서 정보화는 전산실이나 전자계산소에서 추진할 수 있는 기술적 업무가 아니다. 사회개혁은 어느 시대에도 기술적 과업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바탕 위에서 우리가 새롭게 추진해야 할 정보화정책의 원칙을 간략하게 밝혀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정보화는 민주화와 병행 추진되어야 한다. 민주주의의 기반이 취약한 우리 사회에서 정보화를 통한 효율성의 증대는 자칫 민주주의의 발전을 저해할 수도 있다. 이같은 역작용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정보화정책의 수립과 시행의 모든 단계에 반드시 시민사회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지난 정권의 「전자주민카드」사업은 시민사회의 참여를 배제한 채 추진된 대표적 정보화 사례이다. 행정서비스적 차원의 수많은 이점에도 불구하고 전자주민카드사업이 국민의 거센 저항을 받아 결국 원점으로 돌아가고 만 것은 시민사회의 이해와 동의를 구하지 못한 때문이었다.
둘째 정보화정책은 각 분야의 개혁목표를 뒷받침해야 한다. 만약 정보화정책과 어떤 분야의 개혁목표 사이에 충돌이 일어나면 그 분야의 개혁목표가 우선되어야 한다. 각 분야에서 보면 정보화는 수단이지 목표가 아니기 때문이다. 아울러 정보화정책의 목표는 구체적이고 측정이 가능하도록 설정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정책적 성과에 대한 정확한 평가와 그에 따른 정책 수정이 가능해진다.
셋째 정보화정책은 산업적 동기에 의해 지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보화정책과 정보산업 육성정책이 독립적으로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보화정책에서는 정치적, 사회적 논리가 중심이 되고 정보산업 육성정책에서는 경제적, 기술적 논리가 중심이 된다. 양자의 엄격한 분리는 가능하지 않겠지만 적어도 이를 분리해서 독립적으로 사고하고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온국민의 기대 속에 출범한 새 정부는 정보화의 새로운 청사진과 설계도를 제세해 끊임없이 노둣대를 마련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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