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2000년도 표기문제에 대한 우리의 대비책이 너무 소홀하다. 이른바 「밀레니엄 버그」라는 2000년 문제가 빅뱅을 기다리고 있는 시한폭탄처럼 다가오고 있음에도 인식부족으로 아직까지도 계획조차 세우지 못한 기업이나 관공서가 많은 실정이라 안타깝다. 준비할 일은 많고 시간여유도 별반 없는데 우리의 현실은 아직도 팔짱만 끼고 있는 형국이다
행정자치부가 지난달 말 대통령비서실 등 45개 중앙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컴퓨터 2000년 연도표기문제 추진조사 결과」에 따르면 통일부 등 9개 기관만 미흡하나마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을 뿐 감사원, 정보통신부, 과학기술부 등 36개 정부 부처가 거의 손을 못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공항관리공단 등 정부 산하기관들의 대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범국가적 종합대책 마련은 행정공백 등과 맞물려 당분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한국전산원과 정보통신진흥본부에 전담팀을 두고 있긴 하나 공공기관과 산하단체들의 2000년 표기문제 관련예산으로 고작 60여억원을 산정한 상태다.
민간부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오는 2000년부터 시작될 빅뱅을 저지하기 위해 재계가 총력전에 들어갔으나 최근 한국정보산업연합회가 기업 및 공공기관 1백5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문제해결을 끝낸 곳이 12%, 작업중인 곳이 30%, 나머지는 아직 착수하지 못하고 있다.
중소기업들의 사정은 더 심각해 국제통화기금(IMF) 한파로 인한 자금난 때문에 2000년 문제는 아예 엄두도 못내고 있는 형편이다. 현재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주관기관으로 나서고 있지만 겨우 컨설팅 지원에 머무르고 있을 뿐이다.
2000년 표기문제는 전산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는 기업이나 정부, 공공기관의 당면과제일 뿐더러 사회적, 경제적으로 엄청난 파급효과를 지닌 범지구촌적 관심사다. 2000년 표기문제에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했을 경우 기업은 생존 자체를 위협 받게 된다. 정부나 공공기관도 행정업무를 수행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더러 컴퓨터로 제어되는 원자력발전소, 교통관제시스템, 공장자동화기기 등이 통제불능에 빠져 엄청난 사회적 재앙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소지를 안고 있다
문제는 2000년 표기문제가 앞으로 2년내에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촉박하다는 점이다. 2000년이 가까워올수록 수정비용이 증가하고 성공확률도 떨어진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해결해야 할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화급을 다투는 사안이다. 2000년 연도표기 수정은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마치고 늦어도 하반기에는 실험가동을 해야 한다.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대통령선거, 정권교체, 국제통화기금(IMF)관리 등에 관심을 빼앗겨 2000년 표기문제에 준비를 제대로 못했다. 이제부터라도 정부는 컴퓨터 2000년 문제를 국가과제로 인식, 하루속히 소관부처를 지정하고 대책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이와 함께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홍보 등이 우선돼야 한다. 또 이 문제해결에 미온적인 기업, 특히 은행에 대해서는 규제책도 마련돼야 한다.
아울러 경제여건이 어려워 대부분의 기관 및 기업들은 현재 이 분야에 쓸 자금을 마련하기 힘들 것이기 때문에 정부와 기업체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공동대책기구를 만들고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특별보조금지원 등 정부차원의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
또한 2000년 문제 조기해결을 위해서는 관련예산 확보와 함께 소프트웨어 전문인력의 확보도 시급하다. 특히 초기 전산 응용 프로그램의 대부분이 요즘은 거의 사장된 COBOL 등의 저급 프로그래밍 언어로 작성돼 이를 다룰 수 있는 전문인력 확보를 위해서는 전업주부, 학생 등 유휴인력을 활용한 인력육성이 무엇보다 필요한 실정이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요구되는 것은 유일한 해결방법인 자금과 인력을 통제할 수 있는 기업주나 최고경영자(CEO)가 2000년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직접 나서야 한다는 점이다.
오피니언 많이 본 뉴스
-
1
“中 반도체 설비 투자, 내년 꺾인다…韓 소부장도 영향권”
-
2
기계연, '생산성 6.5배' 늘리는 600㎜ 대면적 반도체 패키징 기술 실용화
-
3
네이버멤버십 플러스 가입자, 넷플릭스 무료로 본다
-
4
KT 28일 인사·조직개편 유력…슬림화로 AI 시장대응속도 강화
-
5
삼성전자, 27일 사장단 인사...실적부진 DS부문 쇄신 전망
-
6
'주사율 한계 돌파' 삼성D, 세계 첫 500Hz 패널 개발
-
7
K조선 새 먹거리 '美 해군 MRO'
-
8
한국은행 디지털화폐(CBDC) 결제 첫 공개…“앱 하나로 3초면 끝나”
-
9
GM, 美 전기차 판매 '쑥쑥'… '게임 체인저' 부상
-
10
삼성전자 사장 승진자는 누구?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