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자식안정기의 수출이 잇달아 중단되면서 전자식안정기업계의 위기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그동안 수출에 주력해온 유일산업과 동호전자가 부도로 인해 수출이 완전중단된 상태이며 중소안정기업체들도 거래업체의 잇단 부도로 인한 자금난으로 조업조차 제대로 못할 지경이어서 전자식안정기의 수출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이다.
특히 중국산 저가제품 때문에 애로을 겪었던 전자식안정기업체들은 원화하락이 국산제품의 경쟁력을 높여주는 계기가 돼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으나 국내 사정으로 인해 수출에 전혀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어 원화하락이라는 수출호기를 제대로 활용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대우를 통해 미국시장에 전자식안정기를 수출해온 유일산업은 대우가 지난해말 갑자기 수출에서 손을 떼면서 자금난에 시달려 갖가지 자구노력에도 불구하고 역부족으로 도산, 업계에 안타까움을 던져줬다.
모기업인 태일정밀을 통해 미국과 캐나다에 전자식안정기를 수출해온 동호전자도 부도로 인해 현재 수출을 완전중단한 상태이다. 동호전자는 자체적으로 수출인력을 확보, 다시 수출에 나설 방침이지만 수출재개 여부는 물론 전자식안정기의 사업재개 여부도 불투명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소규모로 일본, 동남아 등지로 전자식안정기를 수출해온 중소업체들도 최근 국내 경기악화로 인한 부실어음증가로 조업중단 상태에 있어 수출은 엄두도 못내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LG산전만이 올해 1천3백만달러의 전자식안정기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수출상황이 악화되고 있어 이같은 목표액을 달성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로 남아있다.
따라서 원화하락으로 국산 전자식안정기가 가격경쟁력은 확보했을지 몰라도 내수경기가 풀리지 않는 한 전자식안정기업체들이 기대하는 수출확대는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대부분의 전자식 안정기업체들이 부도어음 증가와 부품가 인상으로 이중의 고통을 당하고 있어 수출은 엄두도 못내는 실정』이라며 『집안단속이 우선이라는 측면에서 수출은 당분간 유보하는 방향으로 선회할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망한다.
하지만 앞으로도 수출전망은 더욱 안개속이라는 예측이 업계에 많은 고민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미국시장에서 마이크로텍, 어드밴스트, 모토롤러 등 전통적인 선발업체들간의 선두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데다 중국과 멕시코 등 제 3국에서 생산된 저가제품들이 미국시장에 대거 유입되고 있어 지금의 기회를 놓친다면 국내업체들이 끼어들 여지는 점점 좁아질 것이라는 것이다.
연간 7천만개로 추정되는 미국시장은 개당 가격이 이미 10달러 이하로 떨어져 국내 안정기업체들은 가격도 맞추기 힘든데다 국내 기반은 더욱 흔들리고 있어 「수출제로」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시간문제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채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월 10만개 정도의 수출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물량확보가 어려워지고 있고 국내 시장도 붕괴되고 있어 전자식안정기의 수출전망은 암흑천지라는 말이 적절할 지경이다』라고 밝혔다.
<권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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