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시대를 맞아 국제경쟁력을 갖춘 부품업체와 그렇지 못한 업체의 격차가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규모는 작지만 나름대로의 분야에서 세계적인 지명도와 국제경쟁력을 갖춘 업체는 더욱 빛을 발하는 반면 그동안 무사안일식 경영에 주력해온 많은 업체들은 생존 자체마저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부품업체들도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맞춰 구태를 과감히 벗어던져야 할 때다. 특정 분야에서 만큼은 국내 최고수준을 자랑하며 「세계일류」를 향해 뛰고 있는 중소 부품업체 10개사를 선정, 그들만의 기술력과 마케팅전략, 현재 위상 등을 소개한다.
<편집자>
중소 칩부품 전문업체인 쎄라텍의 회사 이름 뒤에는 「한국의 무라타」란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무라타는 부품왕국 일본의 최대 부품 전문업체. 특히 적층칩세라믹콘덴서(MLCC)로 대변되는 각종 칩회로 부품에 관한한 세계적으로도 독보적인 업체다. 이런 무라타에 쎄라텍을 비교하는 것이 아직은 큰 무리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쎄라텍은 노이즈대책용 칩부품에서 만큼은 국내를 대표하며 난공불락이라던 무라타의 아성에 바싹 다가섰다.
현재 쎄라텍의 주력 품목은 전자회로단에서 발생하는 각종 노이즈를 제거하는 칩비드란 좁쌀만한 부품. 현재 쎄라텍의 칩비드 생산량은 월간 약 7천만개로 약 10억개로 추정되는 세계시장의 6∼7%를 점유하고 있다. 이는 현재 각각 20∼~25%의 점유율을 나타내고 있는 일본의 양대 칩부품업체인 무라타와 TDK, 그리고 15~20%대인 일본다이요유덴에 이어 세계 4위권이다.
성장속도를 살펴보면 더욱 놀랍다. 일본의 빅3가 수십년간의 경륜을 갖춘 대형업체인 반면 쎄라텍은 설립된지 9년에 불과하고 본격적으로 양산을 시작, 세계시장에 진출한 것도 4년 남짓이다. 더욱이 쎄라텍은 현재 전체 매출의 90% 이상을 수출로 소화하고 있으며 이 중 50%는 적지인 일본에서 거둬들이고 있다. 칩비드를 포함한 노이즈대책용 분야에서는 기술적으로도 무라타나 TDK에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최근엔 과전압보호소자인 칩배리스터를 거의 일본과 동시에 발표했고 극미세 용량의 보호소자인 칩서지업소버는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는 개가를 올렸다.
이 회사가 짧은 기간에 세계 정상권에 진입하게 된 비결은 우선 기초기술 연구에 사력을 집중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설립 후 3년간 판매실적 없이 연구개발(R&D) 투자만 계속했고 처음 칩비드를 상용화한 이후에도 매출액의 20% 이상은 R&D에 재투입됐다. 현재도 1백60여명의 직원 중 32명이 R&D에 종사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기초기술인 원자재(소재) 합성기술을 비롯해 적층, 인쇄, 소성, 가공, 측정 등 전 부문에 걸쳐 독자기술을 보유, 자체 소화하고 있다. 특히 소성온도가 다른 2, 3개 물질을 같은 온도에서 소결하는 이물질동시소결(Co-Firing)기술은 이 회사가 자랑하는 첨단기술이다.
과감한 마케팅 전략도 주효했다. 일반적으로 내수에서 기반을 쌓아 해외로 진출하는 방식 대신 이 회사는 선진시장을 먼저 공략하는 정공법을 체택했다. 오세종 사장은 『숱한 시행착오를 거쳤지만 과감히 일본시장에 접근하면서 품질의 상당한 레벨업과 세계적인 지명도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결과를 얻었다』고 강조했다. 일본에서의 성공으로 미국,유럽 등지에서도 주문이 쇄도했고 최근엔 국내업체들까지도 이같은 해외지명도 덕택에 쎄라텍을 찾고 있다.
탁월한 품질관리도 쎄라텍이 일본 따라잡기에 성공한 비결 중 하나다. 수율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칩부품의 특성상 이 회사는 끊임없는 공정개선과 자동화, 그리고 내부 불량률 두자릿수 PPM관리에 전사적으로 나서 지난 1년여간 출하된 약 6억개의 칩비드 중 필트불량률 제로를 달성했을 정도. 오 사장은 『시판중인 제품을 수록한 카탈로그가 수백쪽에 달할 정도인 무라타에 비해서 아직은 보잘 것 없지만 앞으로 전문성이 강조되는 틈새시장을 적극 공략, 명실상부한 세계 수준의 종합 칩부품업체로 올라서는 게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중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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