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이 최근 잇따라 암호화기술 수출을 완전 자유화한 것은 향후 이 분야의 기술력을 장악해 전자상거래(EC)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금까지 자국의 정치적, 군사적 이유로 이 분야 기술수출을 통제해 왔던 이들 국가의 수출완전자유화 선언은 향후 전세계 컴퓨터산업에 적잖은 파장을 몰고 올 전망이다. 이에 따라 암호화기술 분야의 국산 기술력 확보가 더욱 화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행정부는 최근 1백28비트 첨단 암호화 기술수출을 완전자유화 하기로 하고 일차로 휴렛패커드가 자사의 1백28비트 암호화 기술인 「버시큐어」를 독일, 캐나다 등 6개국에 수출하는 것을 승인했다. 사실 미 행정부는 지금까지도 업계의 요구를 반영, 「미 기업의 해외 자회사가 금융용도로 이용할 경우」라는 조건을 내걸고 수출을 일부 허용해 왔으나 이번에 이같은 단서를 완전 삭제한 것이다.
미 정부의 이번 자유화 조치는 그동안 의회와 미 산업계의 끈질긴 로비의 결과로 볼 수 있다. 의회와 산업계는 「암호화 기술이야말로 EC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열쇠이며 현재 미국이 이 분야에서 매우 경쟁력 있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어 만일 암호화기술 수출규제가 계속되면 미국업체들의 사업기회가 상실될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결국 미국 행정부가 이같은 업계의 요구에 굴복한 셈이다. 이번 수출규제 철폐로 미국 업계는 오는 2000년까지 6백억 달러 이상의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미 행정부가 암호화기술 수출을 제한했던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56비트 기술까지는 사실상 암호해독이 가능하다. 따라서 암호해독이 불가능한 기술로는 1백28비트밖에 남지 않았는데 이것마저 자유화되어 만약 테러리스트나 범죄집단이 이를 악용할 경우 「세계 경찰국가」로서의 미국의 위치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미 사법부가 암호화기술 수출규제가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렸는 데도 미 행정부가 계속 수출규제를 고집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에 앞서 일본에서도 국가안전상의 이유로 수출관리대상품목으로 분류돼 있는 암호장치를 장착한 가전 및 정보기기에 대한 규제를 완화키로 했다.
일본 통산성은 지금까지 디지털다기능디스크(DVD)와 이를 탑재한 PC, 위성방송 및 특정가입자용 TV방송 수신기 등 3개 항목에 대해 수출 심사절차를 안건별로 심사하는 개별허가 방식을 이용했다. 그런데 이를 이달부터 포괄허가 방식으로 전환해 한번만 심사를 통과해도 3년간은 자유롭게 수출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심사절차를 포괄허가 방식으로 바꾸면 신청서류가 적고 심사내용도 간단해지는 것은 물론이다. 또한 신청장소도 통산성 본부 이외에 전국에 있는 통산국에서도 신청할 수 있어 지금까지 무려 1개월 이상 소요됐던 심사기간이 2,3일 정도로 크게 줄어든다.
통산성은 이번 규제완화는 이들 제품이 해외에서 군사목적이나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더 큰 이유는 이들 제품이 향후 정보통신 산업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품목들인 동시에 일본이 기술우위를 확보하고 있는 분야라는 데 있다. 이는 결국 이번에 수출규제를 완화한 미 상무부의 의도와 정확히 일치하는 부분이다.
국내에서도 이같은 기술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일부 중소기업들이 자체 기술력으로 1백28비트 암호화 기술을 확보하고 있으며 시스템통합(SI)업체들도 각 사별로 특화된 기술을 개발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IMF 이후 SI시장이 크게 위축됨에 따라 관련업계가 사업축소에 나서고 있고 중소업체들 또한 지속적인 기술투자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외국 업체들의 국내 침투가 가속될 경우 SI시장 전반적인 자립도에 악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다행히 최근들어 국내에서도 전자상거래 표준화를 위한 단체들이 속속 설립되고 있고 또 정부측에서도 적극적인 지원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곧 표준화가 이룩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민관의 노력이 지속적으로 추진되어 국내 시장이 완전히 장악되기 전에 전자상거래의 탄탄한 발판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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