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미래산업 정문술 사장

『최근의 벤처기업 정책은 씨를 뿌리는 데만 너무 집중돼있습니다. 하지만 벤처 정책은 씨뿌리는 일 보다는 열매를 수확할 수 있도록 가꾸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내에서 가장 성공한 벤처기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미래산업의 정문술 사장은 사업 얘기는 제쳐 둔 채 대뜸 특유의 벤처기업론을 꺼내 들었다.

『미국의 실리콘 밸리를 모델로 국내에서 벤처기업을 창업했다가는 백이면 백 모두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에서부터 각종 정보통신 인프라, 세제, 벤처캐피탈까지 벤처기업이 필요로 하는 거의 모든 자원을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실리콘 밸리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토양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 사장은 따라서 풍부한 물적, 인적 자원을 가지고 있는 기성 기업인들이 벤처기업 육성의 책임을 떠안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성 기업체 안에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기술을 가진 사람을 발굴해 벤처 사업에 필요한 자원을 지원하고 궁극적으로는 이들은 독립시켜주는 방법이 가장 한국적인 벤처 산업 육성방안이라는 설명이다.

벤처론을 마무리하고 나서야 본인의 사업에 대해 말문을 연 정 사장은 미래산업이 이제 벤처기업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덩치가 커지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이제야 비로소 벤처 기업을 시작하는 기분』이라고 일축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6백15억원이며 이 가운데 10%가 넘는 66억원을 연구개발비로 재투자했습니다. 올해에는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투자 비중을 지난해의 10.7%에서 13%로 오히려 높일 계획입니다. 올해 예상 매출액이 약 1천억원정도임을 감안하면 1백30억원 가량을 연구개발비로 쏟아붓는다는 셈입니다. 이정도면 벤처기업 자격은 충분히 갖춘 것 아닌가요.』

미래산업의 벤처 성향은 총 3백20명의 직원 가운데 3분의 1에 가까운 1백여명이 연구원인 인력 구성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정사장은 최근 6명의 박사급, 26명의 석사급을 포함해 총 44명의 전문인력으로 미래연구센터를 개설했다. 50억원 상당의 첨단 연구개발 장비인 컨커런트 엔지니어링 시스템도 들여놨다.

이와함께 전체 사업을 6개의 이른바 독립적 벤처그룹으로 쪼개는 다분히 실험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기존의 반도체 테스트 핸들러 사업그룹을 비롯해 LCD용 장비 그룹, 네트워크 보안분야인 소프트포럼그룹, 핸들러용 소모품을 담당하는 매거진 사업그룹, 멀티미디어컨텐츠사업을 추진하는 애니메이션그룹과 연구소그룹 등이 그것이다.

각 그룹은 정사장의 결재나 보고없이 독립적인 연구개발 및 마케팅 활동을 벌이면서 벤처속의 또다른 벤처기업을 지향하고 있다.

미래산업은 최근 만 2년만에 내놓은 테스트 핸들러 신제품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장비 구매에 까다롭기로 소문난 IBM과 공급계약을 체결했고 대만의 반도체 테스트 업체들에게도 대량 수출 계약을 체결하는 등 해외시장에서부터 좋은 출발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산업의 98년은 「한국의 미래」에서 「세계속의 미래」로 거듭 태어나는 한해가 될 것입니다.』

<최승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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