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소재에 기발한 아이디어를 붙여 만국 공통의 웃음을 이끌어내라.』
최근 한국관객을 찾아온 두 편의 영국영화 「빈」과 「풀 몬티」가 한국영화계에 던져주는 조언이다. 예술영화가 아닌 다음에야 영화의 생명력과 가치는 「관객 유인력」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고, 이를 위해 관객의 흥미를 자극할 만한 이야기와 장면 만들기에 전력투구해야 한다는 지적인 것이다.
어쩌면 지극히 평범하고도 당연한 말이지만 우물 안 개구리격인 한국영화계의 실정을 떠올릴 때 정문일침으로 받아들일 만하다. 실제 한국영화계에는 「빈」이나 「풀 몬티」처럼 전세계인의 흥미를 유발해 외화를 벌어들인 사례가 없다.
관객 유인을 위해 미국의 할리우드 영화계가 애용하는 소재는 장대한 규모의 액션. 이에 반해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취약한 여타 국가들의 선택은 울음,공포,웃음 등이다. 특히 웃음은 울음이나 공포보다 쉽고 편하게 관객들을 끌어들이는 힘이 있다.
로완 아킨슨이라는 영국의 코미디배우가 TV시리즈용으로 창조한 캐릭터인 「미스터 빈」은 이미 전세계 시청자들에게 친숙한 존재. 지난해 극영화 「빈」(감독 멜 스미스)으로 다시 만들어져 전세계에서 2억5천만달러 이상의 수익을 냈다.
미스터 빈은 자동차,화장실,출장길의 숙소,여행가방,구두,술집,공원,박물관 등 생활주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소재들로부터 만국 공통의 웃음을 만들어낸다. 대사도 웅얼거리는 정도일 뿐 이어서 알아들 수 없다. 이같은 특성으로 인해 인종과 연령을 초월하는 인기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전세계에 배급되기 시작한 「풀 몬티」도 수익이 2억달러를 넘어섰다. 총 제작비가 3백만달러에 지나지 않는 점을 감안할 때 그야말로 돈방석에 올라앉은 셈이다. 영국에서는 「주라기 공원」이 보유하고 있던 역대 최고 흥행성적을 넘어서는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영화의 소재는 스트립쇼. 「쇼걸」,「스트립티즈」 등 스트립쇼를 소재로 한 수많은 영화들이 있었지만 「풀 몬티」만큼의 흥미를 유발하지는 못했었다. 그러나 「풀 몬티」는 아랫배가 나온 중년남자들의 옷을 벗기는 아이디어를 통해 놀라운 흥행실적을 올리고 있다.
또한 이 영화는 웃음에 「실직으로 실추된 중년남자들의 자존심 세우기」라는 심도있는 주제를 연결해냄으로써 98년도 아카데미 작품상,각본상,음악상 후보작으로 올랐다. 영화에 재미와 작품성이 모두 내포돼 있는 것이다.
이같은 「풀 몬티」의 가치는 할리우드의 메이저 영화사인 20세기폭스가 전세계 배급권을 사들이도록 하는 성과까지 영화제작사에게 가져다줬다.
국내 영화업자들이 한국영화 해외진출의 가장 큰 장벽으로 여겨온 언어문제(빈)와 배급망문제(풀 몬티)는 기발한 아이디어 하나로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사실을 두 영화가 입증하고 있다.
<이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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