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시대를 맞아 모든 업체가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거의 폐기처분해왔던 「불용재고」를 재활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불용재고란 업체가 생산계획이나 개발계획 등에 따라 구매한 부품이 계획과 달리 생산 감축, 조기 생산 단종 등의 이유로 창고에 남아있는 재고. 업체마다 다르지만 보통 3개월동안 특정 부품에 대한 사용 요청이 없으면 요주의 리스트에 오르게 되고 6개월동안 사용되지 않으면 불용재고리스트에 오르게 된다. 불용재고 리스트에 오른 부품은 대부분 1년이내에 폐기처분되며 대형 전자업체의 경우 적게는 수십억에서 수백억원까지 이같은 불용재고를 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 부품이 불량부품이 아니라 그 회사내에만 사용되지 않을 뿐이어서 이를 재활용할 경우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간다는 점에서 예전에도 재활용하자는 움직임들이 있었으나 제대로 성사되지 못했다. 그러나 IMF 구제금융 이후 한푼이라도 아끼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고 특히 최근의 환율상승에 따라 부품값이 크게 오른 상태여서 불용재고 재활용운동이 크게 추진력을 얻고 있다. 불용재고를 재활용할 경우 불용재고 업체는 폐기처분할 것을 판매할 수 있어 손실을 줄일 수 있고 불용재고 구매업체는 환율인상과 상관없이 저렴한 값에 부품을 구매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한국전자산업진흥회는 이러한 업계의 의견을 반영, 6일까지 재고 전자 부품, 장비 할인 판매전을 개최했다. 이번 행사에는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전자 등 총 17개 불용재고 출품업체와 2백여개 불용재고 구매업체들이 대거 참가해, 성황을 이뤘으며 한국전자산업진흥회측은 앞으로 참여업체와 품목을 한층 확대, 인터넷, PC통신 및 전자종합정보망을 통해 연중 어느때나 실수요자간에 상담할 수 있도록 사이버 마케팅체제를 구축키로 했다.
이미 이같은 불용재고 판매 사이트를 운영중인 에스앤에스정보기술의 백대원 사장은 『구제금융이후 이같은 불용재고를 찾는 구매자가 3배이상 증가했다』라며 이러한 움직임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기대했다.
또 불용재고를 수출하려는 업체들도 늘고 있다. 이같은 불용재고 수출을 의뢰받은 한 관계자는 『불용재고를 수출할 경우 최근 환율인상에 따라 원 구매가의 50%정도는 보상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최근 업체로부터 불용재고를 수출할 수 없느냐라는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한편 한국전자산업진흥회도 재고부품 및 장비를 해외로 수출하는 방안도 마련키로 했다.
<유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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