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디지털카메라산업이 최근들어 극심한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디지털 카메라시장이 크게 팽창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과 함께 화상데이터 전송규격등을 통일하기위한 표준제정 작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것과는 큰 대조를 보이고 있는 것.
지난 95년 일본의 카시오가 35만화소급 보급형 제품을 출시한 것을 계기로 대중화되기 시작한 디지털 카메라는 지난해 전세계 수요가 2백만대 규모로 성장했으며 올해도 30%가량의 신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러한 여파는 국내에도 밀려와 코닥, 리코, 소니, 니콘, 엡슨 등 미국과 일본제품을 중심으로 작년말까지 10여개의 외산 브랜드가 진출하고 국내시장을 선점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움직임에 자극을 받은 국내 업계도 카메라와 가전업계를 중심으로 속속 디지털 카메라사업에 손을 댔다.
현재까지 디지털 카메라시장에 진출한 국내업체는 삼성항공, 삼성전자, LG전자 등 4개업체. 카메라 사업기반이 없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디지털 카메라사업에 선뜻 뛰어든 것은 광학기기적인 요소에 AV기술이 결합된 전자제품 성격이 강해 일본에서도 소니, 마쓰시타, 샤프 등 등 종합가전업체들이 디지털 카메라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디지털 카메라시장에 참여한 국내업체들은 최근 환율폭등으로 수입제품의 반입이 크게 줄어들어 상대적으로 입지를 넓힐 수 있는 기회를 맞고 있으나 오히려 사업확대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내수 시장의 불황이다.TV, 냉장고와 같은 기본적인 가전제품도 내수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단기적으로 수익창출이 어려운 디지털 카메라와 같은 신규품목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디지털 카메라를 상품화한 삼성항공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41만 화소급 보급형 제품을 출시한 후 이렇다할 후속 모델을 선보이지 못하고 있다. 삼성항공은 지난해 미국의 인텔사가 제안한 디지털 카메라 규격에 따라 30만 화소급을 올 상반기중에 출시할 예정이었으나 미국 인텔사의 칩공급이 지연되면서 이나마 올 하반기로 연기됐다. 삼성항공은 전세계적으로 디지털 카메라가 고화소 저가격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독일의 롤라이사와 공동개발하고 있는 제품을 비롯해 1백만화소급 고해상도 제품에 주력할 방침이나 아직까지 국내 수요가 미미해 추진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디지털 카메라시장에 가세했던 삼성전자 역시 내수가 미흡하고 해외시장에서는 일본, 미국제품의 등살에 입지확보가 여의치 않자 디지털 카메라사업을 디지털 사업팀소속으로 이관, 당분간 상품화를 보류하고 이 시장이 본격적인 성장기에 진입할 때까지 기술력을 축적하는데 주력하기로 했다.
LG전자 역시 캠코더사업 기반을 활용하면서 지난해말 30만화소급 2개 모델을 출시하고 디지털 카메라시장에 뛰어들었으나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지 못하고 있다. LG전자의 관계자는 『공격적인 신규투자를 단행하기 어려운 상황인데다 기술 및 가격경쟁력에서 일본, 미국 업체들과의 격차가 확인되면서 본격적인 사업전개에 대해 전반적인 검토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에따라 LG전자는 당초 1분기중 내놓기로 했던 신모델 출시 일정을 2분기 이후로 연기했다.
그러나 국내업체들이 디지털 카메라사업에 가속페달을 밟지 못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열악한 내수보다 디지털 카메라 사업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없다는 것이다.
디지털 카메라시장은 현재 일본과 미국업체를 중심으로 약 30여개 업체가 참여하면서 현란한 기술경쟁과 함께 벌써부터 가격경쟁에 휘말리고 있다. 보급형 제품의 주종을 이루고 있는30만∼40만 화소급의 경우 지난 96년 등장했을 당시 평균가격이 대당 80만∼1백만원대 였으나 최근에는 50만∼60만원대로 떨어졌으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디지털 카메라시장의 주력제품으로 부상하기 시작한 1백만 화소급 제품도 소비자가격이 1백만원대로 책정되고 있다. 또 사용편리성을 높이기위한 부가기능 개선이나 소형, 경량화 경쟁도 휴대폰시장 만큼이나 치열해졌다.
삼성항공의 한 관계자는 『디지털 카메라에 대해 이미 10여년 이상의 개발경험을 축적한 일본과 미국의 선발업체들이 6개월 단위로 신제품을 내놓을 만큼 앞서나가고 있어 디지털 기술과 가격에 대한 확실한 경쟁력이 없이는 도태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디지털 카메라의 핵심부품인 고체촬상소자(CCD)나 초소형 액정디스플레이(LCD) 등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해야하는 점도 고환율 시대를 겪고 있는 국내업체들에겐 핸디캡이 되고 있다. 향후 디지털 TV, 디지털 캠코더 등과 더불어 잠재수요가 막대한 디지털 카메라 사업에 대해 국내업체들이 어떠한 선택을 내릴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유형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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