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방송] 미, 신문-방송 "교차소유"규제 논란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와 공화당,관련업계간 신문사-방송국의 교차소유 제한규정을 둘러싸고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갈등의 원인은 지난 96년 제정된 통신법이 FCC로 하여금 동일시장내에서 신문과 방송의 교차소유를 제한하는 규정을 올해 재검토하도록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행치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FCC는 선-센티넬신문을 운영하면서도 지난해 르네상스 커뮤니케이션으로부터 WDZL마이애미 TV방송국을 사들인 트리뷴에 이달 22일까지 인수한 마이애미TV방송국을 팔도록 명령을 내렸다.

이해당사자인 트리뷴방송사는 당연히 「교차소유 규제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통신법 개정에 따라 교차소유 금지규정이 없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지난해 마이애미TV를 사들였던 트리뷴은 몇가지 이유를 들어 이를 반박하고 있다.

먼저 지난 96년 월트디즈니가 캐피털 시티즈를 인수해 ABC의 경영권을 인수했을 때도 교차소유 금지규정의 적용을 무기한 연기받은 선례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물론 월트디즈니는 이후 신문을 팔았다.

트리뷴은 머독의 선례를 들어 신문-방송국 교차소유 제한규정은 이미 사문화됐다고 주장하고있다. 88년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이 뉴욕의 WNYW방송국을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뉴욕포스트를 팔아야 했는데 5년뒤인 93년 의회가 뉴욕에서의 교차소유 금지 완화를 결정한 다음에 FCC는 머독에게 거의 망해가고 있던 뉴욕포스트를 다시 살 수 있도록 허가했다. 89년 머독은 보스턴에서 보스톤헤럴드를 지키는 대신 WFXT방송국을 팔아야만 했고 5년 뒤 신문을 자사 중역의 한 사람이 운영하는 회사에 매각하는 대신 WFXT방송국을 다시 사들이기도 했다.

머독의 선례 뿐만 아니라 월트디즈니의 선례에서 보듯이 이미 신문교차소유 제한규정은 시장내에서 그 의미가 토색되고 있다는 게 트리뷴측의 주장이다.

트리뷴방송사는 또 케이블방송국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고 신문이나 방송국 모두 경쟁적 시장에서 운영되고 있는데 정부가 이를 시장내 경쟁에 맡기지 않고 직접적으로 관여한다는 것은 월권이라고 공박하고 있다.

이에 공화당 의원들도 공조하고 나섰다.

공화당은 의회가 FCC에 2년마다 규정들을 재심사하도록 규정한 것은 FCC로 하여금 과거에 채택된 규정들이 여전히 필요한지 공중의 광범한 참여를 기반으로 현재의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여 재검토하도록 한 것인데 FCC가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하원의 통신위원회 의장인 공화당의 타우진은 교차소유 제한규정을 공개토론에 부치도록 FCC에 요구하고 있다.

FCC내부에서도 교차소유 제한규정의 적용은 논란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1월 중순 열린 ALTV(지역방송국협의회)에서는 TV업계의 소유관련규정을 놓고 FCC위원들간에 견해차이를 드러내기도 했다.

FCC내 공화당계열은 방송편성의 다양성을 들며 FCC는 변화하는 미디어시장 여건에 따라 관련규정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계 FCC위원들은 민주주의의 근간은 다양한 스펙트럼의 견해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는데 있다고 역설하면서 교차소유 규제의 정당성을 옹호,관련규정에 대한 합의가 FCC내에서도 쉽지 않음을 보여주었다.

<조시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