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산업 체감경기 "바닥권"

통계청이 발표한 1월중 국내 산업활동 동향은 국내 제조업 가동률이 평균 68.3%로 곤두박질 친 것으로 나타났다. IMF로 마이너스 성장시대가 올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그렇다면 국내 제조업중에서 그나마 IMF한파에 잘 견딜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전자산업은 과연 어떠한가. 수출주력업종인 전자산업은 환율상승에 따른 가격경쟁력 제고로 수출이 확대돼 적어도 마이너스 성장만은 피할 것이고 10%정도의 성장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전자산업의 경기동향을 간접적으로 조명해볼수 있는 PCB, 커넥터 등 필수부품의 체감경기로 진단해보았을 때 이같은 실낱같은 희망과는 아직 거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1월과 2월의 PCB 및 커넥터의 체감경기는 업체마다 차이는 있지만 지난해 10월과 비교해 월 생산량이 20%에서 최고 30%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반도체나 컴퓨터 주변기기 등 일부 품목에 소요되는 PCB의 판매량은 지난해 10월보다 오히려 늘고 있는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컴퓨터, 통신, 가전, 자동차 전장품등 대부분 품목은 지난해 10월에 비해 생산량이 80%에서 70%수준으로까지 떨어졌다. 전자산업도 조립금속, 전기기계, 음식료업 등 타산업에 비해 그리 나은 편이 아닌 것이다.

지난 두달동안 하강세를 겪은 전자부품업계는 전자산업 경기가 3월경부터 되살아날 것으로 기대해왔다. 전자부품의 수요는 통상 1, 2월이 다른 달에 비해 저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기선행지수랄수 있는 BB율로 볼 때 부품업계의 이같은 기대는 무너지고 있다. 2월들어 PCB나 커넥터업체들의 수주량은 판매량을 밑돌고 있다. 업계관계자들은 3월에 생산할 부품의 주문량이 2월 판매량에 비해 평균 10%정도 떨어지는 것으로 밝히고 있다. 3월부터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가 무너지면서 부품업계에서는 1.4분기의 침체가 통상적인 계절적 요인이 아니라 전형적인 불황의 징후 때문이 아닐까하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들어 납기가 단축되고 있는 것도 이같은 걱정을 부채질하고 있다. PCB나 커넥터는 그동안 납기일보다 1개월에서 1개월 반전에 주문이 들어왔으나 최근에는 2주정도로 짧아지고 있다. 납기일이 짧아졌다는 것은 세트업체들이 재고를 거의 다 소진했으며 재고량도 최소한으로 가져간다는 의미다. 그러나 경기가 살아날 기미가 보인다면 재고량이 없는 만큼 주문량이 늘어나야 한다. 단납기에 주문량마저 전월에 비해 줄어든다는 것은 전자산업 경기가 그만큼 좋지않으며 최악의 경우 장기 불황의 나락으로 떨어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부품업계에서는 그러나 기대했던대로 3월 경기가 되살아지않고 오히려 떨어지는 것이 3월 대란설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일 것으로 애써 불안감을 감추고 있다.

금융권이 3월말 BIS기준을 맞추기위해 채권을 회수하고 있어 기업들도 자금난에 대비, 생산 및 판매보다는 자금확보를 위해 채권회수와 관리에 더 신경을 쓰고 있기 때문에 예상대로 3월경기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고 믿고 싶어한다.

아무튼 부품경기로 볼 때 1.4분기 전자산업 경기는 희망했던 수준만큼 도달하지 못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며 회복세도 지연되고 있어 4월이나 5월 정도에 가면 회복세로 돌아서느냐 아니면 하락세가 지속이냐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유성호 기자>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