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앞에 놓인 생이 앞으로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다면 과연 무엇을 할 것인가. 「노킹 온 헤븐스 도어」의 두 주인공은 천국에 가기 위한 준비를 한다. 그 준비의 첫 번째는 바다를 보는 것이다. 천국에서는 바다 이야기만 하기 때문이다. 밥 딜런의 노래 제목에서 모티브를 삼은 「천국의 문 두드리기」는 두 젊은이의 마지막 여행에 동승하여 희망과 죽음을 따뜻하고 유머러스하게 풀어간 독일영화다.
다소 불량스러워 보이는 모습에 연신 담배를 피워대는 마틴(틸 슈바이거 분). 그는 수술받기를 희망하지만 이미 가망이 없는 뇌종양 환자다. 같은 병실을 쓰는 루디(얀 요세프 리이퍼스 분)는 착하고 소심한 성격의 골수암 환자. 의사는 루디에게 수술을 권유하지만 그는 담담히 죽음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둘은 병실에 숨겨둔 데낄라를 마시며 죽음에 대해 얘기하다가 병원 주차장에서 차를 훔쳐 바다를 향해 출발한다. 아직 한 번도 바다를 본 적이 없는 이들에겐 바다 이야기만 한다는 천국에서 외톨이가 된다는 것도 두렵고, 죽음을 맞이할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이 훔친 차가 공교롭게도 범죄조직의 돈과 권총이 담긴 차였고 이로 인해 둘은 킬러의 추적을 받는다. 거기다 뒷트렁크의 숨겨진 돈을 발견하기 전까지 여비를 구하기 위해 은행강도까지 하는 바람에 이들은 경찰에게도 쫓기는 신세가 된다. 마틴의 잦은 발작은 곧 죽음이 가까웠음을 알려주지만 백만달러를 발견하게 된 그들은 서로의 마지막 소원을 위해 그 돈을 쓰기로 한다.
마틴의 소원은 어머니에게 캐딜락을 사주는 것이고 루디의 소원은 동시에 두 여자와 잠을 자는 것. 그러나 루디가 두 여자와 밤을 보내기 위해 들어간 곳이 다름아닌 범죄조직의 소굴이다.
제작자이자 주연으로 출연한 틸 슈바이거가 「크로스 오버 코미디 액션 드라마」라고 표현했듯이 이 영화에는 수많은 영화적 코드가 산만하게 널려있다. 멍청한 킬러와 어리숙한 경찰은 코미디의 축을 이루고 마틴과 루디는 이 영화의 드라마를 만들어간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인간적」이라는 캐릭터를 지닌다. 마틴과 루디가 킬러의 손에 잡혔을 때도 그들을 풀어주는 건 범죄조직의 보스(룻거 하우어 분)다. 적지않은 총격전이 나오지만 여느 갱영화처럼 누가 죽는 것도 아니다. 긴박감이나 스릴보다는 두 사나이의 죽음이라는 센티멘털리즘과 다소 과장된 코믹함이 「노킹 온 헤븐스 도어」의 영화적 재미를 만들어간다. 촬영 직전까지 택시운전을 했다는 토마스 얀 감독의 데뷔작. 많은 점프 컷과 장르의 혼재가 개연성이 없다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지만 유머나 음악을 통해 대중적 감수성을 집어내는 재기가 보인다.
<엄용주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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