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영화전용관인 허리우드극장의 기획팀은 「90년대 한국영화의 흐름을 주도한 변수」들로 △전문 영화기획자 등장 △대기업과 창업투자사의 영화투자 △여성감독들의 등장 △충무로식 도제교육의 붕괴 △한국형 작가주의 탄생 △저예산 영화 등을 제시했다.
실제로 90년대 초부터 등장,전문 직업군으로 자리잡은 영화기획자들은 한국영화의 흥행 성공률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들은 영화를 기획하면서 「제작비 절감,고수익 창출」을 이루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등 영화제작 전반에 걸친 프로듀서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전문 영화기획자들은 흥행부담 때문에 한국영화를 액션, 코미디 등 인기장르에만 편중시키는 부정적인 양태를 낳기도 했지만, 많은 영화를 흥행시켜 한국영화계의 활로를 개척했다는 것이 업계의 전반적인 평가다. 그 대표적인 영화로 「투캅스」(91년 시네마서비스),「은행나무침대」(96년 신씨네),「접속」(97년 명필름)등을 들 수 있다.
충무로 영화계 토착자본의 힘이 퇴색하면서 등장한 대기업과 창투사 자본이 한국영화계의 새로운 물적 토대가 됐던 것도 90년대의 특징. 최근 경험부족으로 인한 흥행 실패와 적자로 말미암아 많은 회사들이 영화투자를 포기하고는 있지만,「비트」(97년 우노필름 제작,삼성영상사업단 투자)와 같은 투자형태의 선례로 가능성을 남겨놓았다. 특히 멀티미디어산업에 활용하기 위한 콘텐츠가 크게 부족한 대기업들로서는 지속적인 선별투자 의지를 보이고 있다.
「낮은 목소리 2」(97년 기록영화제작소 보임)의 변영주 감독과 「세친구」(96년 삼성영상사업단)의 임순례 감독은 여성 고유의 섬세한 시각을 영화에 반영하며 사회를 향해 강력한 발언을 했다. 두 감독은 국내는 물론 해외영화제에서 괄목할 성과를 거두며 관심을 끌었다.
말이 좋아 도제교육일 뿐,영화판에 뛰어들어 온갖 허드렛일을 해야만 했던 영화인들의 등단방식이 사라지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지난해 「초록물고기」(감독 이창동),「넘버 3」(감독 송능한)이 작품성과 흥행성 면에서 성공사례를 남긴 것을 비롯해 「억수탕」의곽경택,「모텔 선인장」의 박기용 등 해외유학파 신인감독들이 대거 데뷔하면서 충무로 밖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높여놓았다. 이들은 영화업계 관계자들로부터 『흥행에 너무 집착한다』는 비난을 사기도 했지만,신인감독 고유의 영상시각을 선보여 한국영화의 질을 높이고 있다.
예술영화 전용관의 탄생,영화 마니아층의 형성 등 작가주의 영화제작 풍조가 한국영화계에 발현되기 시작한 점도 주목된다.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감독 홍상수,96년 동아수출공사)과 같은 영화가 예술전용관을 통해 장기간 상영되고,상영기간동안 꾸준히 관객을 동원하는 성과를 거뒀다.
작가주의의 발현에 힘입어 감독의 독창성이 살아숨쉬는 영화,즉 저예산 영화제작의 붐이 일고 있는 것도 관심거리다. 「악어」(감독 김기덕,96년),「산부인과」(감독 박철수,97년),「바리케이드」(감독 윤인호)등과 같은 저예산 영화들이 우리사회 곳곳에 카메라를 들이밀며 한국영화의 제작풍토와 질을 넓히고 있다.
<이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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