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인터넷폰이 급부상하면서 해외 역시 국제전화서비스 업체들을 비롯한 중소규모 전화업체들이 초긴장상태에 빠져들었다. 인터넷폰은 싼 요금으로 세계 각지와 통화할 수 있는 데다 근거리통신망(LAN)을 구축하고 있는 업체들의 경우 전용회선 요금만으로 국제전화를 사용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기존 사업자들이 인터넷폰의 확산을 우려, 가장 먼저 취한 조치는 정부에 인터넷폰 규제를 요청하는 것이었다. 미국의 경우 지난 8월 기존 1백30여개 중소규모 전화사업자들로 구성된 전화사업자연합(ACTA)은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에 인터넷폰의 사용규제를 정식으로 요청하는 등 실력행사에 들어갔다.
ACTA는 인터넷폰이 기존 사업자의 이익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기존 업체에 대한 보호조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들 연합 회원사는 『인터넷폰이 당장은 불편하고 음질도 떨어지지만 저렴한 요금과 더불어 향상된 기능으로 국제전화서비스를 대체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우려감을 표시했다.
이와 함께 현재 네트워크의 속도를 수십배 증가시키는 비동기전송방식(ATM)이 네트워크의 주류로 정착될 경우 인터넷폰의 영향력은 가히 메가톤급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상황과 마찬가지로 동유럽 국가들 역시 기존 통신사업자의 기득권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지난해말부터 인터넷폰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헝가리 정부는 지난해말 통신사업자들이 오는 2002년까지 전화서비스에 대한 독점적 사업권을 유지해야 한다며 인터넷폰의 확산을 제어하는 정책을 취했다. 인터넷폰 사용을 불법으로 간주하고 처벌까지 불사하겠다는 단호한 입장이다.
파키스탄 정부는 ISP에 인터넷폰을 제공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계약서를 쓰도록 요구했으며 중국의 경우 ISP들을 검열대상에 포함시키는 등 집요한 방해정책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폴란드, 루마니아 등도 인터넷폰의 사용에 반대하는 태도를 취할 태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인터넷폰의 등장과 사용을 막는 데 실패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기간 통신사업자들이 되려 인터넷폰 사업에 뛰어들며 이미 인터넷폰 업체들과의 경쟁체제를 하나둘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FCC는 최근 AT&T, MCI스프린트, 벨애틀랜틱 등 기간사업자, 지역사업자 등이 모두 인터넷폰사업 참여의사를 밝힘에 따라 ACTA의 요청을 들어줄 수 없게 됐다.
유럽연합(EU)의 경우 내년말까지 인터넷폰에 대해 현재 음성통신에 적용하는 규정을 적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방침을 정해 사실상 인터넷폰을 인정하는 입장을 취했다.
EU는 사업면허 취득의무 등 여러 가지 규제사항을 담고 있는 현행 음성통화 규정을 초기단계의 인터넷폰에 적용시킬 경우 시장 및 기술발전에 많은 제약이 따를 것으로 보고 99년말까지 음성통신 적용규정을 인터넷폰에 적용시키지 않을 방침이다. EU의 태도는 인터넷폰 사업에 날개를 달아주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중유럽 국가들 역시 법적 규제로 인터넷폰의 사용을 막고 있기는 하지만 인터넷의 보편화에 따른 인터넷폰 사용의 확산에는 실제로 속수무책인 상태다. 전화 대 전화 방식의 인터넷폰 사용은 사업자들의 발을 묶어놓음으로써 가능하지만 PC 대 전화 또는 PC 대 PC 방식의 인터넷폰은 사실상 제어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같은 분위기에 편승, 지난해 현재 세계 통신시장의 10위권에 드는 거대 통신업들은 모두 인터넷폰사업에 시동을 걸었다.
세계적인 정보통신업체들이 잇따라 인터넷폰사업에 참여함에 따라 업계 일각에서는 인터넷폰 대중화시대가 곧 열릴 것이라는 다소 성급한 전망을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유럽에서는 텔레컴핀란드가 지난 96년말 기간통신사업자로서는 처음으로 인터넷폰사업을 개시한 데 이어 지난해말부터 도이치텔레콤, AT&T, 벨애틀랜틱,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경쟁적으로 이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일본 역시 AT&T의 자회사인 AT&T젠스를 통해 인터넷폰서비스를 시작했으며 NTT와 KDD도 일본의 규제완화를 틈타 새롭게 인터넷폰 시장진출을 선언하는 상황을 맞았다. 도이치텔레콤은 지난해 7월 공식적으로 인터넷폰 프로젝트를 실시함으로써 텔레컴핀란드에 이어 유럽에서 2번째로 인터넷폰부문에 진출했다. T-넷셀로 불리는 전화 대 전화 방식의 인터넷폰은 처음 테스트 단계에 머물렀지만 도이치텔레콤이 지난해말 이스라엘 인터넷폰 업체인 보컬텍사의 주식 21%를 매입하면서 본격화 단계로 돌입했다. 도이치텔레콤은 현재 약 1천여명의 기업내 고객을 대상으로 시범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 1, 4분기까지 상용화한다는 목표다.
유럽의 가장 큰 통신사업자이자 세계에서 세번째로 거대한 도이치텔레콤은 기존 전화서비스를 보완, 인터넷폰서비스에 전격적인 투자를 한 최초의 통신사업자로 변신한 것이다.
AT&T는 지난해 8월 대규모 통신사업자로서는 처음으로 인터넷폰서비스를 상용화했다. 일본 내에 AT&T젠스를 통해 AT&T폰이라는 서비스를 시작한 AT&T는 미, 일간 45Mbps 속도의 전용선을 이용, 타사보다 안정적인 서비스를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AT&T는 인터넷폰 소프트웨어 업체인 ITXC를 지원하고 있다. ITXC는 AT&T 월드넷의 부사장인 톰 엡슬린이 설립한 회사로 전세계 인터넷폰 사업자에게 부가가치서비스를 제공하는 벤처기업이다.
미니텔이라는 양방향 정보통신서비스를 보급한 프랑스텔레콤은 지난해 11월 마이크로소프트와 제휴, 인터넷 접속서비스 표준 브라우저로 익스플로러를 채용하고 저가 단말기를 공동 개발키로 하는 등 인터넷분야로 사업의 중심을 옮기고 있다. 이의 일환으로 프랑스텔레콤은 지난해 유럽전기통신표준협회의 인터넷폰 공통표준을 수립하기 위한 프로젝트 타폰에 합류했다. 이 프로젝트는 유럽이 인터넷전화를 차세대 전화서비스로 간주, 적극 육성한다는 방침아래 발족시킨 인터넷 음성통신 기술표준화 프로젝트다.
일본의 NTT는 지난해 국제전화 시장진출을 위해 설립한 NTT국제통신을 통해 올해부터 인터넷폰서비스에 참여한다고 발표했다. NTT는 국제전화 시장진출이 이미 늦었다고 판단, 타사와 차별화를 위해 인터넷폰서비스에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일본의 KDD 역시 자회사인 KDD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인터넷폰 시험운용을 마쳤다. KDD는 이른 시일 내에 서비스를 확대해 경쟁사로 지목한 AT&T젠스를 따돌린다는 계획이다. 인터넷폰은 기존 통신사업자들에게 수익기반을 잃게할 수도 있고 신규서비스 창출에 힘을 실어줄 수도 있는 서비스다. 지금까지의 해외사례로 보면 전세계 통신사업자들은 인터넷폰의 영향력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이들 업체들은 가만히 앉아서 시장을 빼앗기기보다는 사업에 직접 참여하는 방법을 통해 기존 시장을 보호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
인터넷폰의 미래가 어떠한 모습을 보일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최소한 한 때의 유행으로 치부되는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인터넷폰 시장에 뛰어든 기간통신사업자들의 판단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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