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써어치 최정아 사장
IMF의 찬바람 속에서도 꽃을 피우는 업종이 있다. 중고전문점과 가격파괴점이 대표적이다. 경기가 얼어붙은 만큼 아껴 쓰는 소비심리가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 대량실업으로 인해 일자리를 찾는 구직인파가 늘어남에 따라 이를 알선해 주는 인력소개 업종이다.
강남구 삼성동 포스코 빌딩 대각선 맞은편 기업은행 건물 18층에 위치한 헤드헌팅업체 휴먼써어치(대표 최 정아)는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대부분 타 업체들은 경영난으로 하나 둘 문을 닫고 있지만 이 업체는 밀려드는 주문을 소화해 내기 어려울 정도. IMF가 오히려 효자둥이(?)인 셈이다. 달러환율의 폭등으로 인해 불과 몇 달 전에 비해 저임금으로 국내의 고급인력을 채용할 수 있게 된 외국기업들의 주문이 대부분이다.
『처음 IMF체제 이후 경기가 다소 주춤했습니다. 국내에 지사나 연락사무소를 둔 외국기업이 투자를 머뭇거렸기 때문이죠. 그러나 올해 들어 다시 국내 전문인력을 찾는 외국기업들이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현재 한달에 평균 50건 이상이 접수되고 있습니다.』
이 회사의 최 정아 사장(31)은 이 같은 사업의 번창에 대해 자신도 다소 의아해 했으나 일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국제화 사회에서 외국기업의 국내투자는 당연한 일. 시장이 완전 개방되면 앞으로 더욱 많은 투자가 이루어질 것이고 국내 전문인력도 비례해 수요가 일어날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특히 최 사장이 중점적으로 인력을 알선하고 있는 분야는 정보기술 벤처기업이다. 강남이라는 지역적 특성이 썬마이크로시스템즈, 마이크로소프트, 퀄컴 등 외국 통신업체들 뿐만 아니라 국내 벤처기업들이 몰려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색깔을 맞추게 된 것이다. 최 사장은 이 회사외에도 창업인큐베이터 업체인 「인터링크 비즈니스 플라자」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설립된 이 회사는 사무실과 집기, 비서 등을 갖추고 창업이나 신규사업에 진출하는 개인이나 기업에 토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위해 최 사장은 각 IT기업 전문가들의 인적사항과 전문분야 등의 데이터베이스 작업에도 소홀함이 없다.
『헤드헌팅업을 하다보니 외국기업과의 연계를 위해서 자연히 필요한 사업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국내 시장에 진출을 희망하는 외국기업을 유치하고 이들과 유대를 강화해 그들이 원하는 인력을 휴먼써어치를 통해 연결하도록 하는 것이죠. 결국 한 곳에서 모두를 해결하는 셈이죠.』
최사장이 다소 생소한 헤드헌팅업을 창업하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대학 졸업후 인력컨설팅 업체에서 근무하면서 출장차 일본에 갔다가 그 곳의 헤드헌팅업체들을 보고 창업을 결심하게 된 것. 가까운 미래에 국내도 헤드헌팅업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생각에서 미리 창업을 하게된 것이다. 일본 출장이 그에겐 출장이상의 성과를 가져오게 한 것이다.
『우선 외국기업의 문을 두드리기 전에 자신에 대한 평가부터 먼저 해야 합니다. 우리 기업들과는 문화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보다 WRL자신을 알리는데 적극적인 성격과 주어진 업무에 대한 능력, 열성만 있다면 주저말고 두드려보십시오. 특히 요즘과 같은 IMF체제아래선 자기계발의 기회가 되는 지름길입니다』
요즘 들어선 국내 IT벤처기업들의 구인주문도 심심찮게 들어온다. 점차 헤드헌팅 시장이 커져가고 있음을 말해주는 증거다. 그래서 요즘 최 사장은 국내 제 1의 헤드헌팅업체로 자리하기 위한 발걸음으로 IMF를 느낄 시간조차 없다. 그녀의 화려한 30대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이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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