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외국인 투자유치정책이 달라지는 것 같다. 통상산업부는 최근 한국투자를 희망하는 외국기업에 대해 전담직원을 배정, 맨투맨 방식으로 투자절차, 타당성조사는 물론 투자 결정단계까지 지원해 주는 밀착서비스 형태로 외국인 투자유치활동을 벌이기로 했다고 한다. 특히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대한상의 등 투자 유관기관들과 유기적인 협조체제를 구축해 유망 외국인 투자기업을 발굴하고 외국인 투자기업의 주요 애로사항 중 하나인 공장설립도 한국산업단지공단의 공장설립대행서비스센터에서 일괄 처리해 주기로 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외국인 투자기업 발굴에서 공장설립까지 원스톱 서비스가 이뤄지도록 한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정부가 이같은 외국인 투자유치 활동 강화책을 내놓은 배경은 28억 달러 규모에 달하는 미국 다우코닝의 투자유치에 실패한 요인이 결국은 경쟁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밀착된 행정서비스 제공이 미흡한 데서 비롯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사후약방문격이지만 이번 외국인 투자유치정책의 개선이 바람직한 방향인 것만은 틀림없다. 특히 3M, K&S, TI 등 외국전자, 정보통신업체들이 최근 KOTRA 해외무역관 등을 통해 한국에서 CFCs대체냉매, 반도체 및 전자통신장비를 생산하겠다며 5백만 달러에서 1억4천만 달러 규모의 투자의사를 밝혀온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물론 정부도 이들 기업을 놓치지 않기 위해 전담직원을 배정하는 등 이 방침을 그대로 시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결과가 기대되기도 한다.
그러나 성급한 낙관은 금물이다. 사실 정부는 이번 투자유치 개선책처럼 지난 94년에도 외국인 투자유치를 위해 외국인 투자유치기획단을 설치, 외국인 투자인가 승인과 동시에 기업설립 및 공장설립에 관한 각종 인허가 신청을 일괄 처리해주는 원스톱 체제를 도입한 바 있으나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산업연구원이 최근 미국 포천지 선정 5백대 기업을 대상으로 한국 투자현황을 조사한 결과 합작 또는 자회사 형태로 국내 진출한 기업이 1백22개사에 불과하고 전체 투자액도 26억6천만 달러에 불과할 정도로 저조했다.
지금 시점에서 이 제도가 성공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가를 재삼 반성해보지 않으면 안된다. 그간의 과정을 살펴보면 실패의 이유가 여러가지 있지만 그중에서 부처간의 책임회피로 인한 협조부족이 가장 결정적 원인이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기본적으로 정부가 세일즈의 첨병이 돼야 한다는 정신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외국인투자 유치를 위한 관련부처간의 효율적인 정책조율이 제도화해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시대에 돌입한 우리나라의 눈 앞에 닥친 큰 문제는 엄청난 외채의 원리금 상환이다. 외채를 갚기 위해선 수출 확대로 달러를 벌어들이고 외국인 투자를 늘리는 방안 밖에 없다. 우리에게 바람직한 외국인투자는 급격히 늘어날 실업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고용효과가 큰 투자다. 당장 급하기 때문에 주식투자나 자본투자의 문도 활짝 열었지만 이 자금은 상황 여하에 따라 언제든지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고 고용효과도 별로 없다. 이렇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 외국인투자를 정부 전체가 달라붙어 유치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너무나 자명하다.
이제 세계는 바야흐로 상품 중심의 무역전쟁에서 기업중심의 투자전쟁으로 옮아가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해 「국경에서의 무역장벽」을 제거하는데 앞장섰던 선진국이 다자간투자협정(MAI)을 통해 「국경안에서의 투자장벽」을 제거하는데 나서고 있는 것도 자국의 경제활성화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세운 영국 윈야드 공장용지의 땅값이 평당 1파운드에 불과했고, 대우전자는 프랑스 전자레인지 공장용지 1천5백평의 땅값으로 단돈 1프랑을 지불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선진국 선두그룹을 달리고 있는 이들 나라가 외국기업의 투자유치를 위해 이처럼 거의 무료로 공장용지를 제공해주고 투자액의 상당부분을 장기저리로 융자해주며 여기에 각종 조세혜택까지 안겨주는 등의 파격적인 지원조치를 아끼지 않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깊이 생각해 봐야한다. 미국, 영국 같은 선진국이 외국기업의 투자유치를 위해 기업은 물론 정부가 앞장서 뛰고 있으며 오늘도 대기업 회장실과 공장 현장을 바쁘게 오가는 주한 외국대사들의 모습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도 이제 커진 시장, 숙련된 기술인력 등 유리한 투자조건을 무기로 외국기업의 투자유치에 정부 뿐아니라 지자체, 기업의 일치된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외국인 투자유치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경제개방에 보다 유연한 자세가 요구되고 있으며 무엇보다 우리땅에 온 외국기업을 우리 기업으로 보는 눈을 가져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한국을 기업하기 좋은 나라, 투자하기 좋은 나라로 만들기 위해서는 규제에 바탕을 두고 있는 기존의 틀을 과감히 깨야 한다. 국내외 기업을 가릴것 없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새 정부가 해야 할 중요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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