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냉장고사업, 내수침체 "복병" 만나 난항

가전업체들이 저마다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6백리터급 이상의 양문여닫이형(사이드바이사이드) 초대형냉장고 사업이 내수침체와 투자부담의 문제에 부딪히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가전업계에서 유일하게 사이드바이사이드냉장고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당초 예상과 달리 올해 내수 판매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자 사업활성화를 위한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으며 올해 이 시장에 새로 진출을 계획한 LG전자, 대우전자, 동양매직 등도 시장 전망이 불투명해짐에 따라 제품 출시 일정을 늦추거나 사업의 전개 자체를 재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편에서는 최근 높은 환율로 인해 외산제품의 수입이 거의 중단된 틈을 이용해 국내 가전업체들이 초기단계인 사이드바이사이드냉장고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상실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사이드바이사이드냉장고는 문을 양쪽으로 여닫는 냉장고로 수납공간이 다양하고 쓰임새가 많은데다 특히 7백ℓ급 이상으로 용량을 키우기에 유리해 냉장고 수요가 날로 대형화하는 국내 시장에서 시장 전망이 밝은 제품으로 인식돼왔다. 따라서 지난 96년까지만 해도 시장 규모는 연간 3만여대에 그쳤지만 지난해 6만대로 급증했으며 올해에는 10만대 수준까지 성장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전망했던 것.

그런데 최근 가전 내수시장이 급냉하면서 업계의 이같은 예상은 연초부터 어긋나기 시작했다. 이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경우 올들어 판매물량이 지난해말과 비교해 절반 이상 줄어들고 있다. 또 GE, RCA, 월풀, 핫포인트 등의 제품을 수입 판매하는 업체들도 올들어 환차손 때문에 수입을 중단하면서 판매물량이 이전보다 70% 이상 감소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같은 추세가 지속되면 올해 사이드바이사이드 냉장고시장은 확대는 커녕 지난해 수준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게 업계관계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또 올들어 냉장고 수출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도 국내 가전업계들의 사이드바이사이드 시장진출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내수 제품의 생산라인을 수출용으로 전환하는 마당에 막대한 설비투자가 필요한 사이드바이사이드냉장고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지니고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주변환경이 악화되면서 동양매직은 지난해말 생산라인을 갖추고 올초 양산에 들어가 사이드바이사이드냉장고를 출시할 계획을 세웠지만 최근 이 계획을 잇따라 연기해 올 상반기 출시마저 사실상 불투명한 상태다.

LG전자와 대우전자도 애초 올 하반기께 상품화를 목표로 했지만 최근 시장 상황이 나빠지자 양산 시점을 늦출 방침이다. 두 회사는 올해 시장을 포기하는 대신 내년 시장을 겨냥해 이르면 올 연말께에나 제품 생산에 들어간다는 방침을 세워 놓고 있지만 투자문제로 시장 진출 여부 마저 불투명해지고 있다.

이미 이 시장에 진출해 있는 삼성전자는 수요가 극도로 위축되자 사업활성화를 위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수요 확대를 위해 사이드바이사이드 냉장고 중에서는 소형인 6백ℓ급을 내놓고 있지만 이미 침체된 수요를 되살리기에 역부족인 상태다.

따라서 삼성전자는 최근 해외시장에로의 진출을 적극 모색하고 있으며 애초 독자 브랜드로 공략하려던 전략을 일부 수정, 해외 유수의 냉장고 업체에 사이드바이사이드냉장고를 OEM공급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신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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