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수출로 전자산업 "弗길" 끈다 (10);부품-일반부품

지난해말 갑자기 닥친 국제통화기금(IMF) 태풍은 우리나라 전자산업 전반에 엄청난 구조조정을 재촉하고 내수경기 침체가 피할 수 없는 대세로 굳어지고 있다. 한계시장인 가전은 물론 정보통신 유망시장에 이르기까지 세트산업 전반의 경기위축으로 일반부품(반도체 제외)업계는 사상 초유의 궁지로 내몰리고 있다.

따라서 부품업계는 수출을 현 난국을 타개할 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로 간주, 연초부터 수출에 사활을 걸고 있다.

다행히 고환율로 대변되는 IMF시대의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은 그동안 「기술은 일본에, 가격은 중국 및 동남아」에 치여 고전을 면치 못했던 국내 일반 부품업계의 해외시장 공략에 강력한 무기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를 축으로 동남아 신흥 개도국들의 외환위기에 따른 환율 급상승과 이에 따른 경제, 특히 전자시장의 급랭으로 현실적으로 국내 부품업체들의 주력시장일 수밖에 없는 동남아시장 상황이 수출확대의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국내 부품업계의 최대 라이벌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이 만약 위안화의 하락으로 국제경쟁력이 되살아날 경우 현 고환율의 메릿은 상당히 상쇄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 일반부품 분야의 전체 수출전망치도 당초 예상보다는 상당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전자공업협동조합은 올해 반도체를 제외한 일반부품의 수출은 지난해(77억5천만달러)보다 9.5% 증가한 84억8천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16.4% 증가율에 90억2천만달러에 이를 것이란 당초 예상치에 크게 모자라는 규모다.

원화가치 하락에 따른 수출여건의 개선으로 큰 폭의 수출증가세가 이루어질 것이란 당초 예상이 빗나가고 있는 것은 동남아시장의 경기침체와 주 수출품목인 디스플레이와 자기테이프의 가격하락과 튜너 등의 생산기지 이전이 주된 요인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9.5%의 성장률은 지난해 성장률 (8.5%)보다는 다소 높은 것이며 환율상승으로 실제 부품업계 매출에서 차지한 수출비중은 지난해보다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같은 대내외적인 환경변화에 따라 부품업계는 ▲신흥 경제 부흥국가를 중심으로한 수출선 다변화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의 수출품목 고도화 ▲해외전시회, 인터넷, 관련 전문잡지 등을 통한 해외홍보 강화 ▲해외마케팅 조직강화 및 해외 판매거점 확대개편 ▲다양한 해외규격 획득 등 총체적인 수출확대를 위해 다양한 방법을 총동원,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IMF한파를 수출로 돌파한다는 전략이다.

품목별로는 우선 액정표시장치(LCD)를 포함한 디스플레이업계는 올해 원화가치 하락에 따라 경쟁국인 일본업체에 비해 가격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데다 IMF극복차원에서 직수출을 대거 확대한다는 방침아래 지난해 35억달러보다 50% 이상 신장한 55억달러를 수출목표를 세워놓고 해외시장 개척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컬러 TV와 모니터용 브라운관 보다는 차세대 첨단 디스플레이로 각광을 받고 있는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부문의 수출증가가 두드러질 것으로 보고 관련업체들은 의욕적으로 지난해보다 1백% 이상 신장한 25억달러를 수출할 예정이다.

오리온전기, LG전자, 삼성전관 등 브라운관 3사 역시 IMF시대에 따른 악화된 경영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해외생산보다는 국내생산을 확대하면서 직수출로 위기를 벗어난다는 복안으로 지난해보다 업체별로 20∼32.1%(금액 베이스)까지 늘려잡고 있다.

오리온전기는 올해 직수출을 지난해(5억4천만달러)보다 24.1% 신장한 6억7천만달러로 잡고 해외 거래선 확보에 마케팅력을 집중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특히 올해 컬러 TV용브라운관(CPT)보다는 PC모니터용 브라운관(CDT)의 수출에 주력, 직수출의 비중을 전체매출의 60%선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LG전자도 올 직수출목표를 지난해보다 32.1% 가량 늘어난 8억5천만달러를 잡고 국내공장에서 CDT의 생산량을 늘려 PC모니터용 시장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다.

세계최대의 브라운관 메이커인 삼성전관은 브라운관의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원화절하로 가격경쟁력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 브라운관 직수출 물량을 지난해보다 30% 가량 늘리기로 했다. 특히 이 회사는 해외생산은 줄이는 대신 국내생산을 늘려잡기로 하고 직수출의 매출도 지난해 13억달러보다 20% 가량 늘어난 15억∼16억달러로 잡아놓고 있다.

PCB업계는 최근 몇년간 수출이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는 고부가 다층PCB(MLB)에 승부수를 던질 계획이다.

LG전자는 97년 2200억원 매출 중 직수출이 1억5천만달러에 달했는데 올해는 환율 1천4백원을 기준으로 3천2백억원 매출목표를 책정하고 수출도 20% 늘어난 1억8천만달러로 잡고 있다. 삼성전기는 97년 1천7백50억원의 매출 중 직수출이 6백50억원이었으나 올해는 환율 1천5백원 기준으로 목표치인 2천3백억원 중 수출을 1천3백50억원(달러기준 8천4백만달러)으로 높인다는 방침이다. 삼성은 이를 위해 해외 영업담당이사를 선임, 그룹사 해외지점과 연계하고 수출팀도 20명에서 30명 이상으로 늘렸다.

지난해 1천6백억원의 매출중 직수출 50%와 로컬 30%로 수출비중 80%로 확대했던 대덕전자는 올해는 직수출 비중을 60%로 올리고 로컬수출은 30%로 유지해 전체 수출비중을 매출대비 90% 선으로 제고할 방침이다. 세계적인 단면PCB업체인 대덕산업 역시 지난해 직수출 20% 로컬 60%로 수출비중이 80%였던 것이 올해는 수출에 더욱 치충해 직수출 비중을 30%로 늘려 총 수출비중을 9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밖에 97년 1천7백억원의 매출 중 직수출 25% 및 로컬수출 25%를 합쳐 8백50억원어치를 수출했던 코리아써키트가 올해 수출액을 전체 매출의 60%대로 제고시켜 1척억원 이상의 수출실적으로 세워놓은 것을 비롯해 이수전자, 심텍 등 선발 MLB업체들과 세일물산, 영풍전자 등 연성PCB업체들을 중심으로 PCB업계의 수출이 올해 큰 폭으로 늘어 전년대비 22.4%의 수출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어업계도 IMF한파로 국내업체들의 수요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 대만을 비롯한 동남아시장으로의 수출을 대폭 확대하려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최대업체인 삼화전자는 지난해 전체 매출(1천1백억원) 가운데 30% 수준이었던 수출비중을 올해는 50% 수준으로 끌어올려 올해 매출목표인 1천2백억원 가운데 6백억원을 수출로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말 미국 에이전트인 「삼화USA」를 인수해 현지판매 법인화했으며 미주시장 개척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트랜스업계 역시 국내시장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전망되는데다 원자재가격 상승과 대기업들의 환차익 독식 등으로 인한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직수출 비중을 높이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오성전자산업의 경우 현재 60% 정도인 직수출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동시에 중국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에 대해 현지 직수출로 물류비용 절감 추진하고 있으며 크로바전자도 수출확대에 주력해 2백50억원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계획아래 최근 모니터업계에서 신화적인 인물로 통하는 조동완 전 한솔전자 사장을 해외영업담당 사장으로 영입했다.

또 삼화텍콤은 지난해 IBM이 모니터생산 중단하면서 직수출 크게 줄었으나 신규 수출선 확보에 박차를 가해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70억 정도를 직수출로 달성하는 등 수출부분에서 전체 매출목표의 50% 가량인 1백억원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며 부전전자부품은 지난해 직수출로 88억원 달성한데 이어 올해도 수출확대에 적극 나서 전체 매출목표(1백50억원)의 70% 이상인 1백5억원 가량을 수출로 달성할 계획이다.

대표적인 회로부품인 저항기의 경우 일반 범용저항기의 직수출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특수 저항기업체의 약진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꾸준히 해외시장 개척에 주력해 온 시멘트저항기업체인 한도전자의 경우 지난해 50만달러 가량의 수출고를 기록했으나 최근에는 원화하락에 힘입어 주문량이 예년에 비해 40% 정도 증가, 생산라인을 완전가동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올해에는 약 80만∼1백만달러의 수출고를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권선저항기전문업체인 한미정밀전자는 미주지역에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지난해 1백만달러 수출에서 올해에는 1백50만달러 가량으로, 메탈클래드저항기전문업체인 라라전자도 지난해 22만달러에서 올해 30만달러로 수출액을 늘려잡았다. 일반 범용저항기의 경우 가격경쟁력이 뒤져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해외영업에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에 특수저항기 중심의 수출이 올해에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스피커도 내수 AV기기 및 자동차시장의 침체로 장기적인 불황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일본과 미주지역에 2천9백만달러 가량의 수출을 기록한 LG포스타는 달러화가 유동적이어서 아직 올해 수출목표를 설저하지 못하고 있으나 대폭 증가를 예상하고 있으며 지난해 9백만달러 가량의 직수출을 기록한 북두와 엔케이텔레콤도 올해에는 1천만달러를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밖에도 환율상승으로 바닥권인 가격경쟁력이 살아난 서통, 로케트전기 등 1차전지업계, IMF한파로 기세가 한풀꺾인 통신부품업계, 중국산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했던 각종 범용부품업계 등 전 부품업계가 IMF의 위기를 수출로 타개함으로써 전화위복의 계기를 삼는다는 목표 아래 해외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1% 안팎의 경제성장률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더 이상 내수에 얽메이는 것은 기업으로서 존재가치를 상실한 것이나 다름없다』라고 전제, 『그렇다고 치밀한 대책도 없이 무언가에 쫓기듯이 해외시장에 진출하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라며 일반 부품업계의 대대적인 수출확대를 위해 정부나 관계기관의 적극적인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부품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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