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가전 개방형 표준규격 제정" 찬.반 논란 뜨겁다

디지털 방송과 인터넷이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매스미디어로 부각되면서 인터넷TV나 디지털 위성방송 수신기 등 가정용 정보가전제품에 대한 개방형 표준규격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새로운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개방형 표준규격이 쟁점화하고 있는 이유는 우선 산업적인 측면에서 가전, 컴퓨터 등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공급업체들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광범위한 시장을 기대할 수 있는데다 소비자들 역시 선택의 고민을 줄이면서 수신기 구입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또 전자우편, 홈쇼핑, 홈뱅킹 등과 같은 기본적인 양방향 멀티미디어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선 최대한 광범위한 호환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도 개방형 표준규격에 대한 필요성을 증대시키고 있다.

즉 위성, 케이블, 지상파, 인터넷 등 다양한 형태의 미디어가 상용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모두 별도의 규격을 사용한다면 한 가정 단위로 최소한 3, 4개의 수신기나 세트톱박스를 구입해야 한다는 문제가 제기되며 호환성 없는 서비스나 단말기 보급이 한계가 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가을 유럽의 방송사들은 디지털비디오방송(DVB)컨소시엄 운영위원회를 열어 디지털 위성방송용 세트톱박스 사양을 표준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합의는 유럽의 시청자들이 세트톱박스 하나만 있으면 유럽전역에서 송출되는 모든 위성방송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음은 물론 인터넷을 통해 정보검색이나 전자우편을 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방송 인프라 및 문화, 경제환경이 상이한 여러개의 나라가 존재하는 유럽에서 수신기 표준규격이 어느정도 수준으로 확정이 될지 아직 가늠하긴 어렵지만 표준화된 수신기 규격이 하드웨어제조업체나 콘텐츠 사업자에게 불필요한 자원낭비와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개방형 표준에 논의는 대한 최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경제포럼에서도 핫이슈를 제공했다. 이 포럼에 참가한 일본 소니사의 이데이 노부유키 사장은 가전, 컴퓨터, 통신분야를 망라해 멀티미디어에 대한 전세계적인 개방형 표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의했다.

이데이 사장이 개방형 표준을 주창한 근거 역시 가전, 컴퓨터, 통신산업계가 모두 함께 공유할 수 있는 표준을 만들면 소비자들의 혼란을 막을 수 있고 시장주도권을 놓고 관련업계간의 비생산적인 논쟁을 종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물론 이러한 주장은 자유경쟁과 시장선택 원리에 바탕을 논리에 반격을 받았다. 오라클사의 래리 엘리슨 회장은 개방형 표준은 인터넷이면 충분하다는 견해를 보였고 아메리카 온라인(AOL)사의 스테판 케이스 회장도 소비자들은 가장 성능이 뛰어난 상품과 서비스를 선택하게 마련이라면서 범산업적 표준이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컬럼비아대학의 엘리노암 교수는 광범위한 개방형 표준이 새로운 기술의 등장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 전제하고 새로운 규격을 만들 때마다 협의를 거치는 과정은 매우 번거로울 뿐만 아니라 본질과 상관없이 세력싸움화하는 등 부작용을 우려했다.

하지만 이러한 반론에도 불구하고 개방형 표준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계속될 전망이다.

궁극적으로 멀티미디어로 수렴되는 추세가 가전, 컴퓨터, 통신산업계의 기술 및 사업영역간 경계를 급속히 허물어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TV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대우전자 전략기술연구소 박용규 선임연구원은 『정보가전제품의 하나인 인터넷TV의 경우 오는 99년부터는 디지털TV나 디지털 세트톱 박스로 통합되는 것이 대세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유형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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